GM, 1분기 순익 8억弗…3년만에 흑자

휘태커 CEO 초고속 개혁…순혈주의 깨고 과감한 인사
4개브랜드 없애고도 판매 늘어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새로 출발한 제너럴모터스(GM)의 기업 문화가 확 바뀌고 있다. 작년 12월 취임한 에드워드 휘태커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조직에 충격을 줄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을 밀어붙인 결과다. GM은 허머 폰티악 사브 새턴 등 4개 브랜드를 정리하고도 북미 지역에서 시장 증가율 이상으로 차를 팔고 있다. 올해 수익을 내고 내년 초에는 상장을 추진해 정부 지원금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GM이 판매 증가와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GM이 분기 흑자를 낸 것은 2007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순이익은 8억6500만달러(주당1.66달러)로 GM의 주요 주주인 미국과 캐나다 정부,노조 등에 대한 우선주 배당 2억300만달러를 제외한 수치이며,영업이익은 12억달러였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이와 관련 "'성질 급한 거인'인 휘태커 CEO가 공룡 기업 GM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작년 6월 GM 경영을 감독하기 위해 이사회 회장에 취임한 휘태커는 12월 프리츠 헨더슨 CEO를 내보내고 자신이 직접 GM의 핸들을 잡았다.

CEO에 취임하자마자 조직 개혁에 나섰다. 4명의 고위 임원을 방출하고 7명을 외부에서 영입해 톱 경영진에 앉혔다. 소비자들에게 GM의 이미지를 다시 알리는 중책은 40대인 마크 루스 북미 사장과 수전 도허티 마케팅 부사장에게 맡겼다. CEO에 취임한 뒤 3일 만에 판매 및 마케팅부서를 전면 개편했다.

휘태커가 AT&T CEO로 근무할 당시 기업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함께 근무했던 짐 카한씨는 "휘태커 CEO는 GM에 가장 필요한 변화는 바로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고 깨닫고 있었다"고 전했다. 루스 북미 사장은 "그동안 노조와 경제 탓만 해서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성과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계속 시간을 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휘태커 CEO는 더 많은 위험(리스크)을 감당하고서라도 차를 많이 팔아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몰아붙인다. 개발 단계에 있는 모형차를 왜 서둘러 매장에 전시하지 않느냐고 채근할 정도였다. GM은 야심차게 개발한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오는 11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뒤 내년에 전 세계에서 4만5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대당 4만달러인 콤팩트카가 어느 정도 팔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휘태커는 직원들에게 "히트할 테니 생산 확대 계획을 세우라"고 독려한다.

거친 개혁에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다. 최근 퇴임한 밥 루츠 부회장이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변화의 속도와 개혁에 따른 조직의 외상 간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내부 반발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2008년 하루 8430만달러씩 적자를 보던 회사를 경영하면서 현상 유지를 하느니 차라리 외상을 무릅쓰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게 휘태커 CEO의 뜻이다.

임원에 대한 평가 항목도 10여개에서△시장점유율△매출△영업이익△현금흐름 △품질△고객 만족 등 6가지로 줄였다. 임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취지였다.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였다. 지난달 당초 계획보다 5년 앞서 미국 및 캐나다 정부에 진 빚 84억달러를 상환한 것도 이런 취지였다. '말리부' 브랜드를 생산하는 켄터키주 페어팩스 공장을 찾아 "GM은 더 많은 차를 팔아야 한다"며 1억3600만달러를 증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현장 근로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전체적으로 30억달러의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해 노조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AT&T를 경영하면서 탁월한 수완을 보였던 휘태커 CEO의 또 다른 도전이 GM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