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국내 최대 SW업체 티맥스 인수 추진

OS개발 인력·노하우 확보, IT 서비스 영향력 막강
국내 SW시장 판도변화 예고
삼성이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맥스소프트 관계자는 17일 "삼성SDS가 실사팀을 보내 경영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매각 작업은 박대연 회장 등이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티맥스소프트 인수를 놓고 지난달 말까지 검토작업을 마무리했다"며 "그러나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티맥스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삼성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무게

삼성은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혀온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티맥스소프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성환 한국IDC 연구원은 "삼성SDS, LG CNS 등 IT(정보기술)서비스 업체들이 경쟁 격화로 이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마진이 상대적으로 큰 소프트웨어 개발 쪽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와 티맥스의 제품군이 합쳐질 경우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우 전체적인 시스템을 수주하는 IT서비스 업체가 제품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강하다.

티맥스는 현재 일종의 소프트웨어 작동 엔진인 미들웨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기업 서버에서 인터넷용 애플리케이션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제우스'는 오라클 IBM을 제치고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일종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도구인 프레임워크나 데이터베이스관리(DBMS) 제품도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황 연구원은 "티맥스의 주력 제품군은 회사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매출을 거두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토종 소프트웨어업계 판도 재편일각에서는 "삼성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티맥스의 운영체제(OS) 개발 자회사인 티맥스코어로 티맥스코어만을 사들여 소속 인력을 모바일 플랫폼 '바다' 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티맥스는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회사 전체를 인수하기에는 삼성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티맥스의 일부 사업부만을 매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덧붙였다.

티맥스소프트는 매출 감소와 부채 누적으로 한때 임금이 몇 달째 밀리는 등 어려움에 빠져 있다. 티맥스는 지난 12일 공시한 '2009년 사업실적 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 802억원,영업손실 314억원,당기순손실 6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부채 규모는 1688억원에 달한다. 티맥스는 1997년 박대연 회장이 설립해 2008년 국내 업체 가운데 최초로 매출액 1000억원을 넘는 등 국내 소프트업체 가운데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시스템통합(SI) 시장 진출이 실패하고 자체 OS '티맥스 윈도'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됐다.

티맥스는 지난해 임직원 가운데 3분의 1을 감원하고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티맥스소프트도 M&A(인수 · 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토종 소프트웨어 업계의 재편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