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외국인, 수출주 팔고 내수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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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8567억 매도…日·中 증시도 2~5% 급락'그리스 바이러스'가 국내 증시에 다시 한파를 몰고 왔다. 고비를 넘긴 줄 알았던 유럽 재정위기가 재차 도마에 오르면서 17일 코스피지수는 2.6% 급락했다.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과 기관이 8567억원의 매물 공세를 퍼붓자 지수는 단숨에 60일과 120일 이동평균선을 반납하고 200일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2~5% 추락했다.
코스피 200일선 턱걸이…1650 아래선 저가매력 부각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장을 예상하면서도 추가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 호전을 감안하면 1650선 아래에선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매력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유럽위기가 확대되더라도 1600선을 저점으로 조정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달 들어 수출주에서 안전한 내수주로 갈아타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 동향을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수 200일선까지 단숨에 밀려
이날 증시는 지난 주말 유럽 · 미국 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채 개장했다. 유럽위기 해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재정 긴축이 경기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외국인이 몸을 사렸다. 장중에는 '신용평가사 피치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3단계나 하향 조정할 계획'이란 루머까지 나돌아 시장을 더욱 위축시켰다. 외국인은 7639억원 순매도했고 기관도 프로그램 매물로 928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만 7600억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44.12포인트(2.60%) 떨어진 1651.51로 마감했다. 60일선(1686)과 120일선(1663)을 한꺼번에 내주고 200일선(1644) 위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재정위기 재부각으로 은행주(-4.82%)가 된서리를 맞았다.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도 3~5% 급락했다. 권기정 RBS증권 상무는 "유럽 구제금융과 지원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손실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라며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는 20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3월(1.4% 증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경기 둔화 움직임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지수는 전 고점에서 10% 후퇴한 1580선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본격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심리가 불안하던 차에 경기 회복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 굵직한 이슈가 한꺼번에 몰려 지수가 급락했지만 추세적으로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1650선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초반으로 향후 기업실적 전망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격 매력이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내수주로 리스크 관리 중글로벌 매크로 변수가 증시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자 외국인의 전략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수출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외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내수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런 움직임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하이닉스를 5838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3849억원) LG디스플레이(2700억원) 현대차(1377억원) 포스코(1180억원) LG화학(929억원) 등 주요 수출주를 대거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면 내수주 비중은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는 KT&G 아모레퍼시픽 현대해상 롯데쇼핑 한미약품 NHN 등이 포진해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SK브로드밴드 CJ오쇼핑 등 대표적인 내수주들이 순매수 상위 1,3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KT&G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하고 있고 아모레퍼시픽도 지난달 초부터 외국인이 꾸준히 사모으고 있는 종목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해외 리스크가 커지자 외국인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하락폭이 컸던 내수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 아모레퍼시픽 오리온처럼 중국 내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영/김동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