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달러"…안전자산에 쏠리는 자금

3월 美국채수요 사상최대…中 6개월만에 순매수
금값도 뜀박질…유가는 하락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원유는 경기 불안과 달러 강세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자본유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장기국채 순매입액은 1405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의 471억달러에 비해 3배나 많다. 특히 미국 국채 보유 1,2위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국채 매입이 크게 늘었다. 중국은 3월 한 달간 177억달러의 미 국채를 순매수,보유 규모를 8952억달러로 늘렸다. 그동안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등으로 인해 중국은 미 국채 보유량을 줄여왔으나 6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일본도 164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순매입해 총보유액이 7849억달러로 늘었다.

해외에서 미 국채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 불안과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캐시 리엔 글로벌포렉스트레이딩 애널리스트는 "3월 미 국채를 사들인 곳은 대부분 해외 민간은행으로 파악된다"며 "3월 국채 수요에 대한 강도를 감안하면 4월과 5월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도 강세다. 17일(현지시간) 런던 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1236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인 지난 13일 1237.50달러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값은 올해 유럽의 재정위기가 부각된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17%나 치솟았다. 유진 바인버그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유럽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금을 자산의 안전 도피처로 생각하고 있다"며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수요뿐만 아니라 투기 수요까지 몰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만큼 투자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윌슨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이 너무 올라 아시아지역 같은 곳에서는 금 실수요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며 "금 가격은 일시적으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유가는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러화 강세 영향 등으로 연일 하락세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1.53달러(2.14%) 하락한 배럴당 70.08달러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하락폭은 15%가 넘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