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부나 팔렸는데…마법천자문, 특허분쟁선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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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측 "출원전 출판이 화근…불만 있지만 일단 수용""특허법 정말 어렵더군요. 중소기업 사장들 특허 제대로 알고 회사 운영해야 합니다. "
아동도서 《마법천자문》을 펴내 국내에서 시리즈를 통틀어 1200만부 판매라는 빅히트를 친 출판사 북이십일의 김영곤 사장(52).그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여 동안 국내에서 전례없이 진행된 '책 특허분쟁'이 끝내 패소로 마무리된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최근 북이십일이 《마법천자문》과 관련해 등록한 '한자 교재 및 애니메이션 한자교재를 기록한 기록매체' 특허에 대해 등록무효 판결을 내렸다. 《마법천자문》은 한자를 손오공의 모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놀이하듯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한 책.주인공들이 '불어라,바람 풍(風)'하고 외치면서 마법을 쓰면 바람이 불고,'열려라,열 개(開)'하면 문이 열리는 식이다. 김 사장과 회사 임직원들이 사명당이 불에 달궈진 방을 '얼음 빙(氷)'자를 붙여 얼어붙게 만든 임진록의 일화에서 착안해 펴냈다.
《마법천자문》은 2003년 11월 첫권이 발행돼 아이들의 입소문으로 석 달 만에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출판 불황' 속에서도 다음 해 2~5권까지 총 150만권이 팔렸다. 김 사장은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마법천자문》을 저작권뿐만 아니라 특허로도 보호받기 위해 2005년 5월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는 저작권과는 달리 아이디어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독자가 효과적으로 한자를 배울 수 있도록 한자와 관련된 만화이미지를 스토리와 연관되게 삽입하고,시각적 배치를 유기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자연법칙을 이용한 발명"이라고 주장했다. 특허청도 김 사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6년 5월 책으로서는 전례없이 특허를 등록시켜줬다.
그러나 2007년 한 방송사에서 유사한 내용의 한자교육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면서 김 사장은 분쟁에 휘말렸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와 방송사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 경고장을 보내자 상대편에서는 특허등록무효심판 청구로 맞섰다. 북이십일은 《마법천자문》이 자연법칙을 이용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1심에서는 승소했다. 판세는 2심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으면서 뒤집어졌다. 상대 회사는 "《마법천자문》이 특허 출원 전에 발행돼 신규성이 없어 무효"라고 주장했고,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마법천자문》 특허를 발명으로 인정하면서도 등록무효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김 사장은 "자기 기술을 자기가 공지하는 게 문제된다는 것을 아는 기업인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판결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기본적으로 본인의 불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이십일을 대리했던 국제특허 법률사무소의 오세중 변리사는 "특허법 신규성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김 사장은 "너무 힘을 많이 쓰게 될 것 같아 추가적인 특허소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을 검토 중이다.
북이십일은 《마법천자문》으로 현재까지 1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김 사장은 《마법천자문》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올 여름 극장용으로 상영하고 내년 5월께는 방송에 내보내는 등 '원소스 멀티유즈'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마법천자문》과 관련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제는 특허부터 출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