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연쇄가격 실질 GDP

재작년도 가격으로 작년의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하고 이것을 재작년의 경상가격 GDP로 나눈 배율이 1.1이라고 하자.이때 재작년도 가격으로 계산한 작년의 GDP는 재작년을 기준연도로 설정했을 때의 불변가격 GDP이고,배율 1.1은 작년 한 해의 경제성장률이 10%임을 뜻한다. 같은 방식으로 작년을 기준연도로 잡고 올해의 불변가격 GDP를 계산하여 얻은 작년 대비 배율이 1.2라고 하면 올 한 해의 경제성장률을 20%라고 말할 수 있다. 매년 이처럼 직전 연도의 가격을 이용한 실질 GDP 배율과 성장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재작년도 가격으로 작년과 올해의 불변가격 GDP를 계산한 다음에 이로부터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계산할 수도 있다. 적용한 가격이 재작년도 가격인 만큼 작년도 가격으로 계산한 성장률 20%와는 일반적으로 다른 값,예컨대 15%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20%와 15% 가운데 어떤 값이 성장률로 더 적절할까? 이 질문은 올해의 성장률을 계산할 때 재작년도 가격과 작년도 가격 가운데 어느 가격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작년과 올해의 GDP를 계산할 때 두 방법 모두 물가 수준 변동의 거품은 적절하게 제거한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의 GDP를 계산하는 상대가격으로는 재작년도 가격보다 작년도 가격이 더 타당할 것이다.

최근까지 세계 각국은 기준연도의 가격으로 각 연도의 불변가격 GDP와 성장률을 추계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추계하면 물가 수준의 변화에 따른 거품은 제거되지만 매년 변하는 상대가격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 만약 매년 직전 연도의 가격으로 현 연도와 직전 연도의 GDP 배율과 성장률을 계산한다면 한편으로는 물가 수준 변화 효과를 제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가격 변화를 최대한 수용하는 성장률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기준 연도의 경상가격 GDP에 이 배율을 연쇄적으로 곱하면 각 연도의 실질 GDP를 산출할 수 있다. 예컨대 재작년을 기준연도로 정하면 작년과 올해의 실질 GDP는 각각 재작년도 명목 GDP의 1.1배와 1.32 (=1.1×1.2)배로 결정된다.

이처럼 직전 연도 가격을 적용하여 각 연도의 GDP 배율을 산출하고,이 배율을 기준연도 명목 GDP에 연쇄적으로 곱하여 얻은 실질 GDP를 해당 연도의 '연쇄가격 실질 GDP'라고 부른다. 1993년부터 유엔은 불변가격 실질 GDP보다 연쇄가격 실질 GDP의 사용을 권장해왔는데 최근 이에 응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도 2009년도부터 2005년을 기준 연도로 설정한 연쇄가격 실질 GDP를 추계하여 발표하고 있다. 매해의 경상가격 GDP를 불변가격 실질 GDP이든 연쇄가격 실질 GDP이든 그 해의 실질 GDP로 나눈 값을 GDP 디플레이터라고 부른다. 각 연도의 GDP 디플레이터는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 동향을 나타낸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