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채 입주 대기…힘풀린 집값 또 휘청대나

예년보다 2만~3만채 많아 '이사 급매' 늘며 하락 도미노
악성 미분양 쌓여있는 용인·고양·파주 등 타격 클듯
올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 '입주 폭탄'이 쏟아진다. 예정 물량은 17만1000여채로 2004년 20만4000여채 이후 최대치다.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분양된 아파트들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이사 매물'까지 겹칠 경우 당분간 집값이 반등할 모멘텀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용인 · 고양 · 파주 '입주 폭탄 빅3'19일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인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는 17만1265채에 달한다. 2004년 이후 연간 입주 물량이 14만~15만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만~3만채 많은 규모다.

서울에선 연말까지 3만4054채가 입주민을 받는다. 오는 29일 강북구 미아뉴타운1 · 2단지 2577채를 비롯,내달에는 은평뉴타운 3지구 822채와 성북구 정릉동 길음뉴타운 8단지 1617채가 집들이를 한다. 8~9월엔 은평구 불광동 3구역 재개발 1332채,성북구 정릉동 길음뉴타운 9단지 1254채 등이 대기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이 산적해 있는 경기도 용인과 고양 · 파주에도 대규모 입주가 이뤄진다. 용인에선 이달 30일 동천지구 '래미안 동천(이스트팰리스)' 2393채와 성복동 현대힐스테이트 2 · 3차 1512채가 입주한다. 연말까지 용인에서만 1만4054채가 준공검사를 마치고 입주민을 받는다. 고양에선 8~10월 식사지구(7033채)와 12월 덕이지구(4872채)등을 포함,1만3511채가 쏟아진다. 파주에선 내달 동문 굿모닝힐 624채,삼부르네상스 2114채 등을 시작으로 운정지구에서만 연말까지 7970채가 입주한다. 인근 지역까지 합하면 파주지역 입주물량은 1만2027채에 달한다.

◆공급과잉으로 도미노 하락

급매물도 거래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신규 입주는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뉴타운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북지역은 기존 아파트값 약세가 뚜렷하다. 로열층에서도 저가매물이 나오는 등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미아뉴타운 인근 미아동 SK북한산시티 109㎡(공급면적)는 3억3000만~3억7000만원 선으로 2주일 만에 1000만원 하락했다.

용인 · 고양 · 파주 등은 사정이 심각하다. 로열층을 막론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물건이 드물다. 용인 성복동에서는 200㎡ 이상 대형 아파트의 경우 '마이너스 1억5000만원 프리미엄' 매물까지 나와 있지만 매수세는 거의 없다.

고양과 파주에선 중소형 평형은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중대형 평형은 5000만~1억원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낮은 가격의 급매물만 간혹 거래될 뿐 중개업소엔 매수 문의조차 크게 줄어 썰렁한 모습이다. ◆물량소화 때까지 하락세 이어질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별호재를 가진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마저 쏟아져 수급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침체기에는 물량부담이 평상시보다 더 크다"며 "적어도 대규모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내년 1분기까지는 주택시장이 반등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집값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입주 폭탄까지 겹쳐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다"며 "입주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수요자들의 심리가 개선될 때까지 상당기간 집값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