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후폭풍 '위기의 남북경협'] "최악 대비…개성공단 물량 中으로 돌리는 플랜B 준비"

남북경협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이 설립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남북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개성공단에까지 긴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가동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입주 기업인들은 정부의 남북 교역 중단,천안함 사태 유엔 안보리 회부 등에 맞서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나 전면 폐쇄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07년 이후 2차로 입주한 기업들은 인력 수급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천안함 리스크까지 부각되자 생산량을 줄이는 등 사전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안한 입주기업개성공단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 통행이나 생산에도 별다른 차질은 없는 상태다. 19일에도 몇몇 기업 대표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생산 라인을 살펴보는 등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생산액이 3078만달러로 공단 설립 이래 최대규모를 나타낼 정도로 올봄까지 개성공단은 호황을 보였다.

하지만 천안함 폭발이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주기업들은 전례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19일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후발업체들은 18일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입주기업 대표는 "과거 여러 차례 개성공단의 위기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이번 상황은 전면적인 통행 제한 등의 조치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오갔다"며 "통일부 당국자가 개성공단 생산제한을 검토한 바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정부 당국의 조치보다 북한이 향후 어떻게 반응해 올지에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입주기업 협의회 부회장인 유창근 SJ테크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남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개성공단의 진로에 관한 언급이 있어 왔던 터라 입주업체들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지만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우선 경영에 충실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월급 총액이 월 400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북한도 엄포성 선언 이상의 수순을 취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원은 사업이 위축될 수는 있지만 공단이 폐쇄 단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핵실험으로 분위기가 안 좋을 때도 인원 통제만 있었지 생산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아파트형 공장 등에 있는 단순 임가공 업체들이 일부 철수하는 움직임은 있으나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신원과 같은 업체는 계속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개성공단 물량을 국내와 중국으로 돌리는 '플랜B'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만일에 대비 '퇴로'고민

개성공단의 위기가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면서 철수나 입주 포기를 고민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모피생산업체인 스킨넷이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빼져나온 이래 지금까지 추가로 철수한 업체는 없다. 이미 공단 설립 초기부터 자리를 잡고 가동에 들어간 업체들의 경우는 일단 계속 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7년 이후 2차 분양을 받은 175개 업체들은 합숙소 설립 무산에 따른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공단에 들어온 50여개 업체들은 가동률이 대부분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강창범 오오엔육육닷컴 대표는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북한과의 인력 공급 협의가 중단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매월 2억원씩 까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아직 공장 건립에 나서지 않고 관망하거나 공장 건립 초기 공사 중인 기업들 가운데는 생산규모를 줄이거나 입주를 포기하고 나가야 되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