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으로 간 '시'‥윤정희 유창한 불어실력 비결은?

지난 12일 전 세계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에 개막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의 영화 '시' 프레스 시사가 현지시각으로 19일 오전 8시 30분 뤼미에르 극장(Lumiere theatre)에서 열렸다.

이른 아침에 시작된 영화 '시'의 프레스 시사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300석의 좌석이 꽉 차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레스 시사 때부터 극장의 전좌석이 다 차는 일은 칸 영화제에서도 이례적인 일.2시간여의 상영이 끝나고, 영화를 관람한 기자들은 기립박수를 멈추지 못했다. 칸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emaux)’는 프레스 시사가 끝난 뒤 이창동 감독에게 직접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영화 '시'의 현지 관계자에 의하면, 시의 프랑스 국내홍보사와 해외홍보사인 ‘Le Public Systeme Cinema’에서도 언론의 반응이 아주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보통 공식 상영에서 나오는 기립박수가, 영화 '시'의 경우 예외적으로 프레스 시사 후에도 오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와, 지난 마켓 시사 이후 또 한번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프레스 시사가 끝난 뒤, 영화 '시'팀은 곧바로 포토콜에 참석했다. 검정색의 드레스와 스카프로 우아한 아름다움을 선보인 윤정희와 평소 털털한 모습을 반영하듯 청바지로 자연스러운 멋을 낸 이창동 감독을 비롯, 영화 속 미자의 손자로 등장하는 배우 이다윗과 파인하우스 필름의 이준동 대표가 참석한 영화 '시'의 포토콜은,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둘러싼 가운데 쉴 새 없이 플래쉬 사례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번 영화로 처음 칸을 찾은 배우 윤정희는 카메라를 향해 두 손으로 인사를 하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칸의 포토콜이 낯설지만은 않았던 이창동 감독은 거장 감독다운 여유로운 표정과 웃음을 보였다.

포토콜이 끝나고 영화 '시'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이어졌다. 프레스 시사에서 오랜 기립박수와 함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영화 '시'는,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를 향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의 연출도 뛰어나지만, ‘시’를 전면에 세웠다는 것이 놀라웠다는 소감을 전하며,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창동 감독은 “문학의 장르에서 나아가 예술, 영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마음에 담아갈 수 영화로 소통하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또한 '밀양'과 '시' 두 작품 다 어린아이의 죽음을 다루지만, '밀양'은 소년의 죽음을, '시'는 소녀의 죽음을 다룬다는 기자의 말에 이창동 감독은 “밀양은 피해자에 관한 영화인 반면 시는 가해자에 관한 영화이다. 그 대상의 성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시'는 가해자를 손자로 둔 할머니의 고통과 시를 쓰기 위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주인공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답했다.

배우 윤정희에 대한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그 동안의 많은 출연 제의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만에 영화배우로 복귀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정희는 “나는 영화로부터 단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받은 시나리오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90살 까지 배우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답해 과연 ‘한국 여배우의 전설’ 임을 실감케 했다.

특히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윤정희는 한 프랑스 기자의 질문에, 통역을 거치지 않고 곧장 유창한 프랑스어로 대답해,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남편 백건우와의 '세기의 결혼'을 한 이후 윤정희는 30년 넘게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했다. 한국 국적을 유지해왔지만 '파리지엔'이나 다름없는 윤정희는 이번 칸 영화제의 행사에서도 세련된 블랙 드레스와 고운 한복을 선보이며 한국 여배우의 위상을 드높였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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