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레깅스·스키니진에도 계급의식이…

파리를 떠난 마카롱 | 기욤 에르네 지음 | 권지현 옮김 | 리더스북 | 236쪽 | 1만3000원
속은 매끄럽고 부드럽지만 겉은 바삭한 프랑스 과자 '마카롱'이 2008년 디저트 카페의 유행을 타고 한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중해 연안에서 사용되던 독특한 향의 올리브유가 전 세계인의 주방에서 필수 식재료로 자리잡고,발목이 잘린 촌스러운 스타킹 정도로 치부되던 레깅스가 2006년 세계 패션계를 강타한 데에는 어떤 메커니즘이 도사리고 있을까.

《파리를 떠난 마카롱》은 '유행(트렌드)'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과 선택,사회적 상징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지배하는 다양한 메커니즘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렌드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요소,즉 개인의 경쟁과 모방,계급의식,집단적 자의 등을 철학자 롤랑 바르트와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등 저명한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동원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모방의 진화에 대해서는 유전자를 통해 인간 육체의 형질이 전해지듯이 인간의 행동과 정신을 지배하는 소프트웨어인 '밈(meme)'을 통해 문화적 취향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해진다는 도킨스의 가설로 설명을 시도한다.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린의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을 모방하는 욕망'은 취향의 확산 이론 중 하나로 거론했다.

저자는 이처럼 풍부한 사회이론과 연구들을 통해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스키니진과 레깅스를 사서 입고 자녀의 이름도 비슷하게 짓는 현상의 이면을 분석한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란 표현을 만들어 내면서 트렌드를 강요하는 패션지와 편집매장,패션계에서 자기성취적인 예언자의 역할을 수행했던 영국의 모델 케이트 모스,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대사 등은 낯설지 않으면서도 신선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