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어령 前 장관의 죽음 준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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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창조 | 이어령 · 강창래 지음 | 알마 | 304쪽 | 1만5000원"죽을 준비 때문에 바빠요. 자기 손으로 무덤을 만들거나 수의를 장만하는 옛날 노인들이 참 이상하게 보였어요. 그런데 요즘 그게 이해가 돼요. "
올해 76세인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수의를 마련하는 심정으로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와 디지로그 창조학교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그래서 너무 바쁘다는 그를 인터뷰어 강창래씨가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유쾌한 창조》는 그 결과물인 대담집이다. 이 전 장관은 끊임없이 창조적인 사업을 벌이고,글을 쓰며,강연과 대담을 해왔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대중의 환호를 받는 영원한 현역이다. 하지만 높은 인기만큼 그에 대한 오해도 많다. 그래서 인터뷰어는 이 책에서 이 전 장관의 죽음 준비 이야기,그의 문학과 창조성,그리고 영성에 대해 대화한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창조성은 회색지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 회색지대는 예를 들어 손등과 손바닥처럼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를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흑과 백을 섞어놓으면 회색이 되는데 회색은 흑과 백을 모두 아우르는 색깔이라는 것.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런 창조성과 창조적인 인물들을 제대로 길러줄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그는 지적한다. 죽을 준비의 하나로 창조학교를 설립하고 애를 쓰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70대 중반에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된 데 대해서는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는 말로 설명한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서도 그는 여전히 영성의 문을 넘지 못하고 문지방 위에 서 있다고 고백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