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가 금속노조 파업 선봉대냐"

조합원들, 집행부에 강한 반발
"파업땐 임단협에 악영향"
기아자동차 현장 조합원들이 강경투쟁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또다시 파업으로 몰고가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아차 현장조직인 기아노동자연대(기노련)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현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의 임단협 상견례를 서두르는 것은 금속노조 일정에 맞춰 파업의 선봉대 역할을 하기 위한 짜맞추기 수순"이라며 "조합원들을 파업 전술로 몰고가면 올해 임 · 단협에 악영향만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입장은 금속노조의 김성락 기아차 지부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 노선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노련은 작년 지부장 선거에서 낙선한 가태희 의장 등이 금속노조 탈퇴와 노동운동 혁신,정치운동 타파 등을 내걸고 만든 조직이다.

가 의장은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 대신 금속노조가 매년 가져가는 37억원과 노조 자체의 수익사업을 통해 전임자 임금을 보전해주면 된다"며 "타임오프제를 명분으로 파괴적인 노조활동을 하면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 단협 본 교섭은 여름휴가 이후 하되 차량판매 성수기에는 영업이익을 최대화해 성과분배와 요구안을 쟁취해야 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기노련은 지난 1일 노동절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독거노인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을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지부장 선거에서 중도 실리를 기치로 내건 박홍귀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48.1%의 유효표를 얻어 변화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속내를 확인시켜 줬다. 이런 실리추구 바람을 타고 기아차 광주지회장에 실리파인 남철원씨(기아차 민주노동자회 소속)가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 노조 집행부는 타임오프제가 노조를 붕괴시키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라며,사측이 협상장에 계속 나오지 않으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기노련의 주장이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측이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와 관련해 계속 협상을 미룰 경우 강력한 투쟁 방침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