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窓] UAE 비즈니스의 2대 키워드…친구와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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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천 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장(두바이 KBC센터장)중동 무역의 중심지이자 테스트 베드 시장인 UAE(United Arab Emirates · 아랍에미리트)에 처음 오는 한국인들이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이 지역의 '느림보 문화'다. 현지인들은 오랜 사막 유목 생활의 전통에 '신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이슬람의 영향으로 시간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막 유목문화
스킨십 중시
외부인 경계
과시욕 많아
명품 선호
이런 아랍인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는 스킨십이 매우 중요하다. UAE에서는 거래 상대방을 '미스터 아무개'가 아닌 '프렌드'(친구)라고 부르면,금세 가까워져서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비즈니스도 술술 잘 풀려나간다. 우리처럼 서로 가까워지면 가족 간에 붙이는 호칭을 사용해 우리 형제,우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회적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스폰서 제도는 인맥을 중시하는 문화의 일례로 볼 수 있다. UAE 사회를 움직이는 노동력을 외부에서 끌어오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80%가 외국인이고,이런 가운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 스폰서 제도다. 자유무역지대에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가 아니면 외국인이 현지에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스폰서가 있어야 한다.
수천년간 사막에서 부족 단위로 생활하며 늘 외부 침입에 경계를 하던 이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내 부족과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거꾸로 침입자도 될 수 있는 외부인을 직접 접촉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데,이런 외부인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 스폰서고 에이전트인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처음 진출할 때 이런 점에서 많이 당황해 하는데 사실 좋은 스폰서,능력 있는 에이전트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UAE 사람들은 과시욕이 크다. 고층 건물이 빽빽이 늘어서 있는 비즈니스 중심가는 건축 디자인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내부는 로비가 작아 혼잡한 감을 주기도 하고 부실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가시적인 하드웨어에만 투자를 집중하고,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이 부족한 소프트웨어 측면을 보완해 주면 우리 기업의 진출이 보다 더 용이할 수도 있다. 과시욕이 강한 UAE 현지인들에 대한 사례는 명품 선호도에서도 나타난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UAE의 구찌,샤넬,아르마니 등과 같은 명품 구매율이 전세계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LG의 휴대폰,에어컨 등도 향상된 품질과 인지도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반면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 · 저가 시장도 존재한다. 노키아는 자회사 벌투(Vertu)를 통해 22만디람(약 6700만원)짜리 고급 휴대폰을 판매하는 동시에 130디람(약 4만원)짜리 초저가 휴대폰도 내놓았다. 우리 기업들도 다수의 저임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가 제품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