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 금융불안 차단에 만전을

금융 외환시장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남유럽 재정위기 파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계속 출렁거리고 있는데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와 이에 따른 북한 측의 강경대응 움직임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까닭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번 주에만 5.6% 떨어지며 1600선 붕괴 직전이고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나흘간 63원 넘게 폭등, 달러당 1200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용과 소비 등 실물지표 호전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가뜩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삼각파도를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천안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목요일 오전까지도 금융시장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으나 북한의 강경대응 방침이 알려진 뒤 오후 들어 주가가 급락, 코스피지수는 29.90포인트 빠졌고 원 · 달러 환율은 29원이나 급등했다. 게다가 어제 우리시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미국 및 유럽 증시 급락의 여파로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또 다시 큰폭으로 하락, 다음주 시장전망도 결코 밝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북한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도 천안함 사태 발생 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무디스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 신용등급 유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는 종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에 상당기간 매우 높은 긴장 상태가 유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침 정부가 어제 경제금융부문 합동대책반을 구성,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신용평가사와 외신을 상대로 적극 홍보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가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결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신속히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만이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銘心)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