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상사가 소매에 닦은 술잔을 돌려요…잔이 10배는 더러워졌어요"
입력
수정
LG 사내방송 '회사탐구생활'"상사가 소매에 닦은 술잔을 권해요. 잔이 10배는 더러워진 것 같아요. "
LG그룹 직원들이 요즘 회식자리에서 화제에 올리는 사내방송 프로그램 '회사 탐구생활'의 한 대목이다. 케이블 TV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남녀 탐구생활'을 패러디한 것으로,직장인들이 회식할 때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을 유형별로 정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우가 지목하는 기피대상 1호 상사는 일장 훈시형."팀장님의 일장연설이 너무도 길어요. 술도 안 먹었는데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고 구간반복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어 "중 · 고등학교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의 긴 연설로 쓰러지던 친구들이 생각나요"라고 꼬집는다.
또 '술 권하는 사회'도 젊은 직장인들이 기피하는 회식 분위기다. "긴 건배사가 끝나고 먹은 술잔을 와이셔츠에 닦고 후배에게 권해요. 받기를 주저하자 '괜찮아~ 안 죽어'라며 압박을 해와요. " 또 술에 취해 인생상담을 해준다며 신입사원 옆자리에 앉아 훈시를 늘어 놓는 상사도 꼴불견으로 꼽힌다. "술에 취한 상사가 인생 상담을 해준다면서 막내 옆에 자리를 잡아요. 이것저것 얘기하지만 결국 다 들어보면 회사 생활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예요. "
반대로 상사들의 눈밖에 나는 후배 스타일은 회식자리에서 몸 사리느라 요리조리 술잔을 피하는 '뺀질이형'이다. "건배 제의를 할 순서예요. 잔을 들어올리는데 개념없는 막내가 이런 중요한 순간에 사이다를 찾고 있어요. 첫 잔부터 사이다라니 제정신이 아닌 게 확실해요. " 건배를 하고 마시는 시늉만 하는 후배에 대해서는 "립스틱도 아니고 소주를 입술에만 바르고 있어요. 오랜만의 회식자리에서까지 간을 보호한다고 몸부림치는 후배를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삭막해짐을 느껴요"라고 표현한다. 또 "이젠 심지어 전화기와 회식하고 있는 '자폐형' 후배도 보여요. 전화기에만 집중할 뿐 주위 분위기 따윈 쿨하게 무시해요"라며 상사들의 소외감도 나타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