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소니·인텔 '최강동맹"…'TV+PC' 신대륙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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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구글 개발자 대회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구글 I/O 컨퍼런스 2010).
글로벌 IT CEO들 총출동…로지텍·베스트바이도 가세
삼성·LG·애플 대응 '관심'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을 비롯해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 제럴드 퀸들러 로지텍 CEO, 브라이언 던 베스트바이 CEO, 찰리 어진 디시네트워크 회장,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대 뒷면에는 'Google TV. TV meets Web, Web meets TV(구글 TV.TV가 인터넷을 만나고,인터넷이 TV를 만난다)'라는 글귀가 커다랗게 쓰여져 있다.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20년간 TV에 인터넷을 집어넣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50년 된 낡은 기술(TV)과 새롭게 등장한 기술(인터넷)을 결혼시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며 "우리는 오늘이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PC+TV=구글 TV, 안방을 점령할까
구글이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는 '혁명'에 마침내 불을 댕겼다. '소니 인터넷 TV'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첫 구글 TV는 소형 노트북에 쓰이던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해 마치 컴퓨터처럼 인터넷과 각종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가 노트북으로 작아지고,휴대폰 안으로 들어가더니(스마트폰) 이젠 거실에 있는 TV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셈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TV에서 같은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3 스크린 전략'의 완성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 TV에는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크롬' 인터넷 브라우저가 탑재된다. 구글은 이날 구글 TV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50분가량 시연했다. 구글 직원은 보통 TV처럼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다가 인터넷 검색창을 열고 미국 케이블방송 폭스의 인기 드라마 제목인 '하우스'를 입력했다. 검색엔진 구글을 통해 수집된 드라마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폭스의 해당 홈페이지, 예전에 방영된 내용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됐다. 시연자는 폭스와 지상파방송 MSNBC가 합작해 세운 인터넷 방송 콘텐츠 사이트인 '훌루(Hulu)'로 들어가 과거에 방영됐던 내용을 재생했다. 그 뒤에는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NBA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인터넷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스마트폰용 앱을 작동시키기도 했다. 지상파 ·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의 다양한 콘텐츠 경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소니,구글 진영 합류해 '역전 시도'
구글 TV 플랫폼 개발을 위해 구글이 결성한 연합군은 '사상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드웨어 개발과 생산을 맡고 있는 소니는 세계 3대 TV 생산업체다. 전 세계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평정한 인텔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CE4100이라는 전용 칩을 만들었다. 스마트 TV에 걸맞은 조작기기 개발은 스위스 로지텍이 맡고 있다. 콘텐츠 제공과 개발은 미국 2위 위성방송업체 디시네트워크와 '플래시'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어도비가 지원한다. 특히 소니의 구글TV 플랫폼 개발 참여는 전략적인 결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트링거 소니 회장은 "그동안 소니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업체의 거센 공세에 눌리던 가전제품 명문 소니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평했다.
소니와 인텔이 구글과 손을 잡게 된 것은 가전제품이 IT와 밀접하게 연관을 맺으며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전통 가전제품에서는 일본과 한국 업체가 강세를 보인 반면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는 애플 아마존 등 미국 IT업체가 강세"라고 설명했다. 소니가 OS 등 소프트웨어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 삼성 LG 등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 구글과 제휴했다는 얘기다. 인텔은 애플 퀄컴 ARM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주력해온 업체들과 디지털 가전에서 일전이 불가피하다.
◆삼성 · LG '맞불'도 관심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과 LG도 적극적으로 인터넷 기능을 결합한 '커넥티드 TV'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 TV를 비롯한 가전 제품에 모바일 플랫폼인 '바다'를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3월 TV용 앱스토어를 개설,콘텐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올해 초 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안에 스마트 개발팀을 구성해 커넥티트 TV와 관련 소프트웨어 구축에 나섰다.
애플이 구글에 맞서 별도의 TV를 생산한다는 계획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함께 완전한 디지털 디바이스 제품 라인업을 형성할 이른바 '아이티비(iTV)'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구글TV=손안의 PC 스마트폰이 휴대폰과 PC를 결합한 것이라면 구글TV는 PC와 TV,인터넷과 방송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 개념이다. 스마트TV로도 불린다. 소비자는 방송과 인터넷을 쌍방향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