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김무성-박지원의 물밑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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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정치가 살아나고 있다. "
지금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물밑정치'의 부활을 반기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면서부터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문하생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를 아는 정치인이다. 출발은 좋았다. 헛바퀴만 돌던 5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해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경호안전과 테러방지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민노당 등이 강력히 반발했던 터라 의미가 크다. 먼저 박지원 원내대표가 총대를 멨다. 박 원내대표는 "쿠데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특별법이라 한시적인 데다 우리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면서 "반대토론을 해라.반대표를 던져도 좋다"고 반대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이 법안은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물리적 충돌도 집단퇴장사태도 없이 처리됐다.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가 있던 20일에는 김 원내대표의 양보가 돋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방위,외통위,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고 박 원내대표가 "우린 아무런 정보나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는 국방위,외통위,본회의를 열 수 없다. 이미 천안함 진상조사 특위를 국회에 구성했으니 그걸 가동해서 조사하자"고 역제의를 했다. 김 원내대표는 망설임 없이 "그럼 곧바로 천안함 진상조사특위를 가동시키도록 하자"고 박 원내대표의 제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천안함특위의 여야 간사회동을 통해 24일부터 특위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모든 게 전화 두세 통 오간 사이에 일사천리로 해결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제야 진정한 정치가 시작됐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여당 원내대표와 협상을 강조하는 야당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야관계가 하루아침에 풀리긴 어렵다.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무한대결이 일상화된 현실은 타파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야당에 양보하고(김 원내대표) 국회를 지키겠다(박 원내대표)는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길 바란다.
정치부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지금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물밑정치'의 부활을 반기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면서부터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문하생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를 아는 정치인이다. 출발은 좋았다. 헛바퀴만 돌던 5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해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경호안전과 테러방지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민노당 등이 강력히 반발했던 터라 의미가 크다. 먼저 박지원 원내대표가 총대를 멨다. 박 원내대표는 "쿠데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특별법이라 한시적인 데다 우리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면서 "반대토론을 해라.반대표를 던져도 좋다"고 반대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이 법안은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물리적 충돌도 집단퇴장사태도 없이 처리됐다.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가 있던 20일에는 김 원내대표의 양보가 돋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방위,외통위,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고 박 원내대표가 "우린 아무런 정보나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는 국방위,외통위,본회의를 열 수 없다. 이미 천안함 진상조사 특위를 국회에 구성했으니 그걸 가동해서 조사하자"고 역제의를 했다. 김 원내대표는 망설임 없이 "그럼 곧바로 천안함 진상조사특위를 가동시키도록 하자"고 박 원내대표의 제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천안함특위의 여야 간사회동을 통해 24일부터 특위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모든 게 전화 두세 통 오간 사이에 일사천리로 해결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제야 진정한 정치가 시작됐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여당 원내대표와 협상을 강조하는 야당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야관계가 하루아침에 풀리긴 어렵다.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무한대결이 일상화된 현실은 타파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야당에 양보하고(김 원내대표) 국회를 지키겠다(박 원내대표)는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길 바란다.
정치부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