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멕시코만 사고에서 얻어야할 교훈

심해저 원유유출 수습책 없어
로봇공학 육성에 박차 가해야
전 세계가 요즘 신원자력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구온난화와 탄산가스 문제 등으로 전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모여 녹색혁명을 논의한 코펜하겐회의가 열렸다. 재생에너지기술이 장려되는가 하면 전력수요는 갈수록 늘어나 그동안 위험성의 대명사처럼 꺼리던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청정에너지로 바뀌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 4월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멕시코만에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 소유 해상석유추출구조물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중 파이프가 파괴돼 하루에 5000배럴 정도의 원유가 계속 분출되고 있어 연안 습지대의 생태계는 물론이고 어업에도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수심이 1600m나 되는 심해 밑바닥에 굴착용으로 파묻은 내경 21인치 파이프가 동시에 파괴돼 땅속의 원유가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BP사는 미국 정부를 더욱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바로 얼마전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미국이 가진 세계 최고의 기술과 경험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데 철저한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의 발디즈 유전사고와 같은 환경파괴 사고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말과 더불어 국내 석유사용 자체는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겠지만 경제적인 수요로 인해 국내 시추를 계속 막을 수는 없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다. 더구나 사고가 나자마자 BP사는 물론이고 하청업체인 '트랜스오션'이나 '헐리버튼'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들이 모두 책임회피성 발언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심이 1600m에 이르면 수중온도가 섭씨 0도에 가깝다. 게다가 잠수함 구조물을 수심 100m에 견디게 설계했을 때보다 20배 이상의 강도로 설계하더라도 구조역학적인 파괴 위험성이 있다. 미 해군이 보유중인 최신 연구용 잠수함조차 그 정도의 깊이까지 도달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영상자료와 기계작동은 로봇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문제는 원유가 바닷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부력으로 솟아오르는 데 있다. 이 원유분출을 막기 위해 처음에는 골프공 수천개를 파괴된 굴착 구멍에 쏟아붓자는 안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수백개의 폐타이어를 그 위에 덮자는 안도 나왔다. 이어 무게가 100t이나 되는 5층 높이의 거대한 철제 돔 구조물을 급히 제작, 분출점에 내려보냈다. 그러나 이 역시 원유의 부력에 밀려버려 실패하고 말았다. 내경 21인치의 파이프 속에 외경 4인치의 작은 파이프를 끼워넣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BP사의 보고가 있으나 미 해군 등의 조사보고로는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이다. 또 바로 옆에 다른 시추굴착을 시공해 분출압력을 낮추자는 안이 있으나 이조차 빨라야 앞으로 1년이나 걸리는 공사이고 보니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당황한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과 기타 우방국에 구조를 요청할 정도다.

이 같은 모든 논의나 해결작업이 전부 로봇으로 시행되고 있다. 마치 최신 로봇공학의 전시장과 비슷하다. 또 새로운 로봇공학의 실질적 과제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BP사 대변인 뮬러는 지금의 이 위기를 하나의 학습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간이 극한상황 속에 뛰어들어 작업을 하는 시대는 벌써 오래 전 이야기다. 기계공학의 한 분야로 시작한 로봇공학은 극한상황의 외계비행 로켓,항공기 자동조종,이번 사고와 같은 심해작업뿐만 아니라 선박 및 초고층 철구조물의 용접 및 페인트 작업,미세한 인체수술 등 그 활용범위가 엄청나다. IT와 접목된 로봇공학의 기술을 개발해 세계최고의 수준을 이룩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서 요즘 대구를 입지로 추진하고 있는 로봇산업진흥원 설립 등도 그 일환일 것이다.

정석화 美유타대 교수·구조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