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환경 급변] 글로벌 수요 위축에 단기 변동성도 커져 '살얼음판'

남유럽 재정긴축 확산따라 세계경기 침체 가능성 커져
원자재값 하락ㆍ원화 약세, 수출 경쟁력 강화엔 도움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남유럽 재정위기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율과 금리 등 기업 경영환경이 급작스럽게 바뀌고 세계 시장의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조목조목 따져보면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나타난 환율 상승이나 시장금리 하락,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수요 감소' 등 우려

남유럽 재정위기는 유럽연합(EU)이 최근 7500억유로의 구제금융책을 발표한 뒤 오히려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 긴축은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1700선에 근접하던 코스피지수가 단 2주 만에 1600.18까지 주저앉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일 원 · 달러 환율은 1194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쳐 작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북한 리스크'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반면 '남유럽 재정위기'는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전 세계 시장수요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곧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견조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3일 제1차 관계기관 합동대책반 회의를 개최하고 한국은행이 이주열 부총재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것은 '국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날 합동대책반 회의를 주재한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천안함 사태는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수 있지만 남유럽 재정위기는 실물 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경기부양 효과를 약화시켜 올 하반기 세계경제 성장을 더디게 할 것"이라며 "환율 효과 등이 아무리 크더라도 전체적인 수급이 깨지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주가 하락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역(逆)자산 효과'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국내 주택시장은 급락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물가에 수입물가 상승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 등은 긍정적

전문가들은 그러나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격하게 높아진 원 · 달러 환율이 수출을 급격히 늘리는 쪽으로 작용했듯이 이번에도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가 부정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며 "유로화도 약세라는 점은 부담이긴 하지만 충분히 수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수출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지난 21일 배럴당 70.04달러로 10일 76.08달러에 비해 7.9% 급락했다.

시장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이달 들어 상승세로 반전한 회사채 금리는 최근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이미 회복세에 들어섰고 국제공조가 강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남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은 2년 전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