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독일마저 "매년 100억유로 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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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인상ㆍ각종 보조금 축소재정적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잇따라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도 연간 100억유로(약 15조원)의 대규모 긴축안을 추진키로 했다.
머뭇거리는 다른 EU國 압박
독일의'허리띠 죄기'행보에 대해 재정적자 대응의 본보기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독일이 유로존의 성장을 이끌어주길 기대했던 다른 유럽 국가들에 오히려 충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독일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독일 정부가 2016년까지 매년 100억유로의 예산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감축을 고려 중이며 각종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고,면세제도도 대폭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실업 관련 복지제도와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할 경우 적잖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다음 달 6~7일 열리는 관계기관 회의에서 재정 감축 정책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교육이나 연구개발 분야 예산 감축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만큼 이들 부문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 같은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인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유럽연합(EU)의 제한선인 3%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독일의 적극적인 재정 감축 계획은 긴축정책에 주저하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FT는 "독일이 유로존 내 성장을 이끌어주길 기대하는 다른 15개 회원국들에는 부정적인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부작용도 우려했다. 독일 내에서도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대표가 "세금 인상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불러온 금융업계와 투기꾼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등 긴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유로존 재정 위기에 대한 각국의 공조 부족이 문제점으로 불거지면서 최근 몇 주간 유럽지역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지역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11억달러 선까지 떨어져 연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몬 발라드 RBS캐피털 선임 투자전략가는 "독일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이후 지난 주말 회사채 발행이 한 건도 없었다"며 "유럽의 채권 발행 시장은 마비 상태"라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