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주치의] 하이힐…샌들…슬리퍼…발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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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시원해도 충격 쉽게 받고 상처…인간은 연간 300만보 안팎,평생 동안 지구 네 바퀴 반을 걷는다고 한다. 발은 땅으로부터 몸을 지탱해 보행을 도울 뿐만 아니라 걸을 때마다 받는 압력으로 심장에서 흘러나온 혈류를 다시 심장으로 끌어 올리는 펌프작용을 하기 때문에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이 인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지만 그 중요성은 몸 전체와 맞먹는다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발 건강을 소홀히 해 다양한 발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발 건강을 위협하는 3인방에 대해 알아본다.
엉덩이ㆍ허리에도 안좋아
◆무지외반증,굽 높은 하이힐에 발가락은 비명여름이 다가오면서 앞이 트인 샌들,슬리퍼 등을 신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 신발은 보기에는 시원해도 정작 발은 쉽게 피로해진다. 양말과 스타킹을 신지 않고 이들 신발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적은 충격도 쉽게 받고 상처를 잘 입게 마련이다. 특히 여성들은 최근 유행하는 굽 높고 폭 좁은 샌들을 맨발로 착용하다 붉게 부어오르고 살갗이 벗겨지는 일을 흔하게 겪는다. 장시간 신고 다닌다면 엄지발가락 뿌리가 바깥으로 돌출하는 무지외반증에 시달리기 쉽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돌아가고 2차적으로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힌다. 과거 '버선발 기형'으로 불렸던 흔치 않은 질환이었으나 최근에는 굽 높고 발을 꽉 죄는 신발의 영향으로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 젊은 여성 중 20~40%가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대부분 병이라 인식하지 않고 '못생긴 발'이라고만 여겨 치료하지 않고 넘겨버린다. 하지만 심해지면 발톱이 살을 파고 들고 발의 변형이 심해지면 무릎과 엉덩이관절,허리 등에 통증을 일으켜 잘 걷지 못하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초기에 보조기나 기능성 신발을 이용해 변형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권장된다. 과거에는 수술 후 재발이 잦았으나 최근에는 변형된 뼈 자체를 돌려서 교정하고 정상에 가까운 모양으로 회복시키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재발률이 낮아졌다. 수술시간은 30~40분 정도로 짧다. 전신이 아닌 하반신 혹은 발목 마취를 하기 때문에 2~3일만 입원하면 회복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족저근막염,발바닥이 화끈 화끈
굽이 너무 높은 것 못잖게 굽이 낮은 신발도 발 건강에 좋지 않다. 굽이 1㎝ 남짓인 플랫슈즈 등은 발바닥에 가해지는 모든 충격을 흡수해 발바닥 염증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내디딜 때 발바닥이 찌릿하고 화끈거리며 통증이 느껴진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족저는 발바닥을,근막은 이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을 뜻한다. 족저근막에 염증이 발생해 붓고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하는데,전체 인구의 약 1%가 고생할 만큼 흔하다. 마라톤 등산 등으로 발바닥을 혹사시키거나,체중이 갑자기 불어나거나,느닷없이 격렬한 운동을 하면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거나 지방층이 얇아져 통증이 발생한다. 40~60대의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대폭 감소하는 영향으로 더욱 걸리기 쉽다. 이 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나중엔 무릎,엉덩이,허리로 통증이 번져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 족저근막염은 초음파,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으로 족저근막의 두께를 측정함으로써 판정한다. 초기에는 1~2주 안정을 취하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며 스트레칭 등을 해준다. 최근엔 수술하지 않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다. 이 중 하나인 체외충격파 치료는 충격파를 염증이 있는 족저근막에 가해 통증을 느끼는 자유신경세포를 자극,새로운 혈관을 재생시켜 손상된 족저근막을 복원하는 방법이다. 또 혈소판을 5배 농축한 PRP(혈소판 풍부혈장)주사를 발바닥에 주입해 발바닥의 재생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들 치료는 병원 방문 당일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들에게 적합하다.
◆발목 인대 및 연골 손상,발목 삐끗 방치하면 큰 코 다쳐
하이힐이나 샌들처럼 발을 지탱해주는 힘이 약한 신발을 신게 되면 발목이 잘 삐게 된다. 발목은 내측과 외측에 인대가 있는데 발목 삐임(염좌)은 대부분 발목 바깥 쪽 인대가 손상돼 일어난다. 발목 삐임은 한 번 일어나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초기에 발목 손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미세 손상을 입은 인대가 회복되지 않았거나 아예 파열된 경우다. 일반적으로 발목이 삐면 파스를 붙이거나 찜질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근본적인 치료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발목 손상 후 2~3일이 지나도 통증과 부기가 지속되면 병원에서 진찰 및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발목 염좌가 반복되는 경우라면 X-레이 외에 초음파나 MRI로 발목 인대나 연골에 대한 정밀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문제를 방치해 손상된 인대가 늘어난 채 서로 맞붙으면 관절이 불안정해지고 걸을 때마다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또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서로 부딪혀 연골이 마모됨으로써 발목 관절염까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발목을 다친 뒤 2~3일이 지나도 통증과 부기가 남아 있다면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발목이 접질리면 즉시 냉찜질,소염진통제,부목 등으로 응급처치를 한다. 초기에는 물리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인대 손상 정도가 크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손상 정도가 미미하다면 PRP 주사치료를 통해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박의현 부원장 · 심동식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