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전략ㆍ경제대화] 美 "첨단제품 對中 수출규제 줄일 것" 한발 양보

中 "토종기업 우대 수정" 화답
전기차. 고속철 등 협력 공감
유럽위기 공동대응 의견 접근
위안화 문제는 첫날 거론 안돼
미국과 중국은 24일 베이징에서 이틀 일정의 전략 · 경제대화를 시작했다. 양국은 인민대회당에서 개막식을 가진 뒤 댜오위타이로 자리를 옮겨 5호각에서 전략대화를,17호각에서 경제대화를 가졌다.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천안함호 사건과 관련,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반면 경제대화에서는 대중(對中) 첨단제품수출 규제 완화와 국제금융체제 개혁 등에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절상에 대해 중국은 외부 압력에 굴하기보다는 독자 행보를 걷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에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중국에선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왕치산 부총리가 각각 전략과 경제대화 대표로 나섰다. 이번 대화에 미국은 200여명의 관료들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을 보냈다. 이번 대화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미국의 대중 첨단제품 수출규제 완화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첫날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이 대중 수출규제에 대해 실질적인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천 부장은 "미국이 더 많은 첨단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게 양국 무역불균형 해소의 핵심문제"라며 미국의 과감한 수출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미국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반도체 칩 같은 첨단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을 규제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대중 무역에서 14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미국이 불투명한 안보 이유를 내세워 중국자본의 투자에 제동을 거는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규제 완화에 맞춰 첨단제품의 정부 구매 때 자국 토종기업을 우대하는 '자주혁신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오젠린 중국 과기부 부부장(차관)은 첫날 경제대화에서 자주혁신 정책을 놓고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고,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전날 "미국 기업들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자주혁신 정책이 완화되고 있다"고 언급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첨단제품에 대한 양국의 규제 완화는 그린산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언론들은 로크 상무장관이 미국산 청정에너지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부장은 "신에너지와 탄소저장 바이오연료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청정에너지 시범프로젝트 실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 · 중 양국이 추진 중인 전기자동차 표준 제정과 고속철도 협력 등 G2(주요 2개국) 간 그린동맹이 탄력 받을 것임을 예고한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공동대응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장샤오창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양국은 출구전략 시기결정을 신중하게 하고 시행 역시 침착하고 안정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전략 · 경제대화 개막식에서 국제금융체제 개혁을 지지한다고 밝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감독 개혁에 대해서도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요구에 대해선 미국이 일단 거부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주임은 "첫날 대화에선 양측 어느 누구도 위안화 절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며 "중국 위안화 정책의 기본원칙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후 주석이 개막연설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고, 통제 가능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위안화 환율개혁을 지속하겠다"며 종전 입장을 거듭 확인했을 뿐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통화정책은 해외보다는 국내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