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조찬특강 지상중계‥"호암ㆍ추기경, 정당한 富의 창출이 진정한 善이라고 여겨"

손병두 KBS 이사장
"호암 이병철 회장은 한 손에는 논어(윤리)를,한 손에는 주판(경제)을 들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 윤리가 없는 부(富)의 축적은 오래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정당하게 벌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선(善)이라며 기업인들을 높이 샀다. "

손병두 KBS 이사장은 최근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호암 이병철 회장과 김수환 추기경에게서 배우는 교훈'이란 주제 강연을 통해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은 기업가야말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부(國富)를 늘리는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구상할 때도 우선 순위는 국리민복이었다. 제일제당,제일모직,삼성전자 등 모든 사업을 그런 기준에서 착수했다. 임원들에게는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해 적자를 내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가난한 사람을 보살피면서 가난 극복을 생각했던 분이다. 나라 경제가 발전해야 가난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의(義)의 세계에 사셨지만 리(利)를 결코 경시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나를 만날 때마다 신앙의 문제보다는 주로 경제 문제에 대해 대화를 했다. 결코 사업가들을 경시하지 않았다. 정당하게 벌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선(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직하고 준법정신이 강해야 한다. 이는 후쿠야마 교수가 이야기한 '신뢰 사회의 구축'이며,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부캐넌 미국 조지 메이슨대 교수가 말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도덕적 자산(moral asset)'의 축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도약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반(反)기업 · 반시장 경제에 대한 정서 때문이다. 국부를 증진시키는 기업가야말로 가장 존경받고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반기업 정서가 있는 것은 기업인들이 리(利)를 쫓지만 의(義)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웃과 서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시장경제가 실천돼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위기가 오는 것은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다. 1997년 외환위기는 부패와 정경유착이 만연했고,2008년 뉴욕발(發) 금융위기 또한 월가 금융인들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파생상품이라는 불완전 상품이 빚어낸 쇼크였다. 윤리가 없으면 개인과 회사,국가의 발전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