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대한민국 신뢰기업 대상] 서로 통했다…기업도 소비자도 '信바람'

최고 신뢰 경영인에
이호림 오비맥주 대표…
하나銀ㆍ유한양행 등
2년연속 대상 '영예'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인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위기를 맞았다. 잇단 제품결함으로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던 명성이 무색해졌다. 대규모 리콜로 인한 막대한 비용 지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도요타 위기의 본질은 품질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다. 결함을 숨기려다 고객의 신뢰를 잃은 것이 사태를 키운 주범이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요타 사태의 원인으로 품질을 꼽은 응답자는 11.2%에 불과했다. 반면 초기대응미흡을 선택한 응답자가 59.9%나 됐다. 도요타는 뛰어난 기술과 관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도요타가 과거와 같은 명성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고가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신뢰 부족'이 키워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경제규모가 세계 전체의 0.5%밖에 안되는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럽이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계기가 됐다. 과거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마찬가지다. 외화 부족보다는 대외적인 국가 신인도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현대사회에서 신뢰는 기업은 물론 국가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유명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는 경제적 번영의 원천'이라고 강조한 이후 맥킨지 액센츄어 등 많은 경영 컨설팅사들은 미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기업과 고객 간의 신뢰는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확산으로 인한 기업경영환경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다. 고객들은 제품을 살 때 기업이 제공하는 공식적인 정보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수 고객들의 의견을 따르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고객과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도 신뢰 약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고객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자극적인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고객을 가장한 어설픈 댓글과 블로그 활용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단기적 성과나 재무적 성과를 위해 고객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도 빈번히 발생한다. 무리한 끼워팔기로 고객의 선택가능성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첨단 업종의 경우 전문지식 없이는 알기 힘든 복잡한 옵션이나 사양을 제시하면서 고객의 혼란을 유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동차 회사의 옵션 패키지나,펀드 · 보험 상품의 깨알 같은 정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은 손쉽게 단기 매출과 이윤을 확보할 지는 모르지만, '신뢰'라는 평판은 잃게 된다. 이는 신뢰로부터 얻을 미래 수익을 값 싸게 할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는 고객 가치에 반하는 나쁜 이익(Bad Profit)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시적으로 고객의 신뢰나 가치를 훼손해서 얻은 이익은 오래갈 수 없으며,결국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진화의 방향성을 고려할 때 고객의 신뢰가 갖는 영향력은 미래에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주요 비즈니스인 대행 서비스나 사후적 제품 · 서비스 판매를 수반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신뢰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지속적인 파트너 관계 유지를 위해 신뢰가 필수적이다. 대행 서비스도 '주인-대리인' 문제(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려는 유인) 때문에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가 요구된다. 이처럼 미래에도 신뢰의 문제는 꾸준히 기업의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도 고객의 신뢰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장단기 전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만이 방법이다. 언행일치의 철학과 투명한 프로세스 구축이 고객의 지속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열린경영연구원과 함께 소비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상품가치와 이미지를 드높인 한국의 대표적 기업과 기업인을 선정 했다. 신뢰경영을 통해 소비자와 믿음을 구축해가는 회사들을 발굴,시상함으로써 한국기업들의 신뢰경영을 더욱 고취시키고자 하는 취지다.

최고 경영인에는 이호림 오비맥주 대표가,최고 기업상에는 유한양행이 뽑혔다. 또 하나은행 현대증권 SK커뮤니케이션즈 명문제약 종로유학원은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대우엔지니어링 ING생명보험 하나투어 이니시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커커 선도소프트 화천기계공업 씨에이팜은 처음으로 수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