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의 퀵레슨] (4) 바람불 때 샷 요령…맞바람엔 스윙크기 80%로 부드럽게 쳐야

양용은(38)을 '바람의 아들'이라고 했던가. 제주 출신이어서 그런 별칭이 붙었을 법하다. 어려서부터 세찬 바람 속에서 연습하고 플레이하다 보니 바람 부는 날 다른 선수들보다 강한 것이다. 제주 오라CC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연습하던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 꿩이 많았는데 꿩을 잡으려면 볼을 지면에 붙이다시피 낮게 깔아쳐야 했다. 양용은은 "그때 볼을 3m 높이로 200m를 날려 꿩을 잡기도 했다"고 술회한다.

맞바람이 세게 불 때 양용은은 "바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바람에 순응하는 샷을 해야 한다. 평상시의 '루틴'을 더 잘 지킨 뒤 샷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미세 조정을 한다. ①볼 위치를 조정한다

바람이 불 때는 볼의 탄도가 낮아야 원하는 거리를 낼 수 있다. 낮게 보내려면 볼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이언의 경우 스탠스 중앙에 볼을 두며,드라이버샷은 평소 왼발끝에 두지만 바람 불 때는 볼 하나 정도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면 헤드가 궤도의 최저점에 다다르기 전 임팩트가 이뤄진다. 클럽의 로프트가 작아짐과 동시에 다운워드 블로가 돼 볼을 낮게 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

②스윙 크기를 10~20% 줄인다
스윙 자체는 날씨가 화창할 때나 바람 불 때나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스윙 크기만 좀 줄여준다. 평상시 스윙을 100% 해주었다면 바람 불 때는 80~90%만 하라는 뜻.그러면 바람 불어 몸이 흔들리고 집중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편하게 스윙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부드럽게 친다

골퍼들은 바람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게 치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럴수록 부드러워야 한다. 그립은 가볍게 잡아야 한다. 그립은 끝이 아래(헤드) 쪽보다 굵기 때문에 가볍게 잡아도 결코 손에서 빠지지 않는다. 손과 팔의 근육이 굳어졌다는 것이 눈에 띌 정도로 세게 잡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더러 헤드 무게도 느끼지 못한다. ④'훅 바람'일 때는 한 두 클럽 길게 잡고 커트 샷을 한다

아마추어들에게는 고난도의 샷이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 때 대개는 목표 오른쪽을 겨냥해 볼이 바람에 날리도록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볼이 많이 구르므로 볼을 그린에 세우기가 힘들다. 양용은은 이때 한두 클럽 긴 것을 잡고 '커트 샷'을 시도한다. 슬라이스성 샷이므로 높이 뜨고 스핀이 많이 먹어서 낙하 후 볼이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 거리가 덜 나는 것은,긴 클럽을 잡은 것으로 보정한다.

⑤바람 세기를 파악하는 방법을 익혀둔다바람의 세기에 따라 선택하는 클럽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바람 세기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양용은의 경우 지면에서 1m 높이에서 잔디를 날려본다. 잔디를 날렸을 때 잔디가 얼마만큼 가서 멈추느냐에 따라 클럽 선택을 달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50㎝ 날아가 멈추면 클럽을 바꾸지 않으며 1m 날아갈 경우 한 클럽 긴 것,또 2m 날아가 멈출 때는 두 클럽 길게 잡는 식이다. 골퍼들 각자 나름대로 바람 세기 측정방법과 그에 따른 클럽 선택법을 알아두면 좋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