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천안함 대응' 反테러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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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GDP의 3.5%로 높이고 '전작권 이양 연기' 즉각 논의를천안함 침몰 사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 발표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전략'을 구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조치들은 국제공조와 우리 자체의 노력,군사적 및 외교적 대응방안 등을 균형감 있게 총망라하고 있다. 그 성패는 북한의 또 다른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
이번 사태 이후 한 · 미 · 일 세 나라의 공조체제가 물샐틈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북한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주저할 필요는 없다. 이 점에서 이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 자세는 타당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 혹은 의장 성명 채택에 반대할 경우 중국은 그 이유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스스로 밝혀야 한다. 이 점은 중국으로서도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와 테러국가를 지지하면서 21세기 국제사회를 미국과 함께 주도하는 G2 국가의 하나로 중국이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유엔에서 천안함 사태를 논의할 때 이 문제를 테러리즘의 시각에서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국제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은 테러리즘 방지 차원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이번 북한의 어뢰 공격은 비행기뿐만 아니라 민간 여객선도 테러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을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연계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부시 행정부 말기 해제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도 한 · 미 간에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국가안보는 불확실한 미래의 위협보다는 현존하는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앞으로 북한의 비대칭적 군사력에 철저하게 대응해나가는 '적극적 억제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위해 국방비가 우선 효율적으로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방비의 증액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이 평화롭게 사는 유럽 국가들과 같은 정도의 GDP 비율로 국방비를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 국방비는 GDP의 2.7%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방비는 GDP의 3.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노무현정부 당시 합의된 전작권 이양이 시기상조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현 상황에서 전작권 이양 시기를 뒤로 미루는 방법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서해안 지역에서 대규모 한 · 미군사훈련과 한 · 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시키겠다는 이번 정부의 조치를 위해서는 전작권 이양 시기를 뒤로 미뤄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한 · 미 양 정상이 즉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평화가 얼마나 불안정하며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현존하는 안보 위협'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지 않았는지 우리 사회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대통령'뿐만 아니라 '안보대통령'으로서 상처 입은 민심을 추스르고 국익의 관점에서 이번에 제시된 대응방안을 추진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