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보유증권, 금리인상 후 매각"

"가까운 시일엔 안팔아" 재확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 유가증권을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장에 매각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FRB는 24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2009년 연차보고서'에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가까운 시일 내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적어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시행되고 경제가 지속가능한 회복에 들어선 것이 확실시된 이후에야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FRB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다. 또 주택압류 사태를 막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총 1조25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모기지 전문업체인 프레디맥 · 패니메이가 발행한 채권 1676억달러어치를 순차적으로 매입해왔다. 이에 따라 FRB의 대차대조표상 총자산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9000억달러 수준에서 2조3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칼 리카도나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FRB가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 상처를 주게 된다"고 전했다. 연차보고서도 "자산 매각은 금융권에서 유동성을 흡수해 단기금리를 인상하는 효과를 초래하며,시장에 채권 공급을 보태 장기금리 인상 압박까지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FRB는 때문에 "이런 통화긴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탄탄해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 기간은 통화긴축을 보장할 경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세를 타고 FRB가 적절한 시기를 택해 보유자산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유동성 흡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앞선 자산 매각을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시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