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우가 살아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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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짐바브웨 콩고민주공화국 콩고 가나 앙골라 탄자니아 카메룬 적도기니.
뉴 이머징마켓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가는 곳곳마다 중국의 냄새가 진동했다. 도로 정부청사 체육관에서부터 병원 공항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랜드마크 인프라는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중국이 '무상'으로 지어준 것이었다. 중국은 그 대가로 원유,구리,철광석 등 천연자원을 확보했다. '차이나프리카(차이나+아프리카)'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활보하는 데는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국영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금액은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연간 교역규모는 100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걸음마 수준이다. 남아공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다른 곳에서도 돈을 벌 기회가 많은데 굳이 리스크를 지면서 아프리카에 오겠느냐"고 말했다. 자원 개발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은 '타당성 조사'만 되풀이할 뿐 베팅에는 소극적이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해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대우가 있었더라면 아프리카를 싹쓸이했을 텐데…"라고 했다. 옛 대우그룹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 나이지리아 리비아 앙골라 수단 등 원유가 나는 아프리카 국가마다 대우의 깃발이 나부꼈다. 대우의 아프리카 진출은 중국보다 훨씬 앞선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 김우중 전 회장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주목해 당시 북한 단독 수교국이었던 수단에서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야성적 충동'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수단에서는 타이어공장,건설,화학,방적 등에 3억달러가량을 투자하면서 김 전 회장은 국빈급 대우를 받기도 했다. 진출 초기 "처음부터 잉어를 낚을 수 없다. 일단 도랑 치고 미꾸라지 잡으면서 기다리자"는 김 전 회장의 말은 아직도 수단 교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장진모 정치부 기자 jang@hankyung.com
뉴 이머징마켓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가는 곳곳마다 중국의 냄새가 진동했다. 도로 정부청사 체육관에서부터 병원 공항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랜드마크 인프라는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중국이 '무상'으로 지어준 것이었다. 중국은 그 대가로 원유,구리,철광석 등 천연자원을 확보했다. '차이나프리카(차이나+아프리카)'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활보하는 데는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국영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금액은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연간 교역규모는 100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걸음마 수준이다. 남아공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다른 곳에서도 돈을 벌 기회가 많은데 굳이 리스크를 지면서 아프리카에 오겠느냐"고 말했다. 자원 개발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은 '타당성 조사'만 되풀이할 뿐 베팅에는 소극적이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해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대우가 있었더라면 아프리카를 싹쓸이했을 텐데…"라고 했다. 옛 대우그룹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 나이지리아 리비아 앙골라 수단 등 원유가 나는 아프리카 국가마다 대우의 깃발이 나부꼈다. 대우의 아프리카 진출은 중국보다 훨씬 앞선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 김우중 전 회장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주목해 당시 북한 단독 수교국이었던 수단에서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야성적 충동'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수단에서는 타이어공장,건설,화학,방적 등에 3억달러가량을 투자하면서 김 전 회장은 국빈급 대우를 받기도 했다. 진출 초기 "처음부터 잉어를 낚을 수 없다. 일단 도랑 치고 미꾸라지 잡으면서 기다리자"는 김 전 회장의 말은 아직도 수단 교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장진모 정치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