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통신株,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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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통신업종에 강력한 주가 모멘텀(상승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 '마케팅비용 상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표 통신주들의 주가그래프는 횡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업체들이 그간 여러번 마케팅 비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매번 어기면서 '호재의 힘'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양치기 소년' 효과다.그래도 '마케팅비용 상한제' 도입이 통신업체들에게 영업실적 개선이라는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더딜 것으로 보이나, 통신주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유효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통신3社, '마케팅비용 상한제' 도입 이후 5%이상↓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유·무선을 구분해 마케팅 비용을 매출액 대비 22%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절감된 비용을 투자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하지만 '마케팅비용 상한제' 효과는 단 하루에 그치고 말았다. 발표 이후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 3사 모두 반등한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14일부터 전날(26일)까지 SK텔레콤과 KT의 주가는 오히려 각각 5.65%, 5.69% 떨어졌고, LG텔레콤은 11.01% 급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신주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부족한데다 스마트폰 출시로 통신업체들간 경쟁이 과열된 시점에서 마케팅비용 상한제가 실시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성종화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통신주는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장이 크게 조정받았을 때에도 방어주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 흐름이 괜찮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방어주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긍정적인 이슈가 나와도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통신업체들이 마케팅 비용 규제안을 제대로 지킨적이 없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규제 효과가 미미해지는 내년에 다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성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신주는 내수사업이고, 정부정책에 따른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주가가 정체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마케팅 비용 상한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마케팅 비용 상한제가 실시되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유·무선을 구분해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유선 부문은 원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데다 최근 화두인 스마트폰 관련한 마케팅 비용 제한폭은 크지 않아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마케팅 비용 상한제를 실시한 이후 오히려 요금 할인 경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마케팅 비용 상한제에 관한 모멘텀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은 돌파구는 '스마트폰'…'B2B' 모멘텀 기대해도 될까?
'마케팅비용 상한제' 모멘텀이 한풀 꺾이자 통신주 '추가 상승 모멘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통신주는 스마트폰 출시 등의 모멘텀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빠르면 3분기에 아이패드도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독점 판매업체인 KT의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LG텔레콤의 경우 현재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 않지만 B2B(기업 대 기업)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LG전자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B2B사업을 확장시킬 여력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B2B 시장은 올해 내에 크게 확장되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지하철 유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B2B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주가에 진작 반영됐어야 했는데 스마트폰을 둘러싼 통신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지금은 스마트폰부문 경쟁에 대한 우려로 마케팅 비용 제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이는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돼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을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B2B부문 성장세가 부각되면서 통신주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B2B는 네트워크 중심의 하드웨어 판매에서 소프트웨어를 겸한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업체에 긍정적이라는 것.
반면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B2B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한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할 일"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SK텔레콤과 KT는 B2B 부문에서 올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매출액의 1.5%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그는 "다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나 애플사의 아이폰 4G가 출시될 예정인데다 아이패드도 곧 나올 것이기 때문에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전문가들은 "통신업체들이 그간 여러번 마케팅 비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매번 어기면서 '호재의 힘'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양치기 소년' 효과다.그래도 '마케팅비용 상한제' 도입이 통신업체들에게 영업실적 개선이라는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더딜 것으로 보이나, 통신주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유효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통신3社, '마케팅비용 상한제' 도입 이후 5%이상↓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유·무선을 구분해 마케팅 비용을 매출액 대비 22%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절감된 비용을 투자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하지만 '마케팅비용 상한제' 효과는 단 하루에 그치고 말았다. 발표 이후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 3사 모두 반등한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14일부터 전날(26일)까지 SK텔레콤과 KT의 주가는 오히려 각각 5.65%, 5.69% 떨어졌고, LG텔레콤은 11.01% 급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신주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부족한데다 스마트폰 출시로 통신업체들간 경쟁이 과열된 시점에서 마케팅비용 상한제가 실시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성종화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통신주는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장이 크게 조정받았을 때에도 방어주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 흐름이 괜찮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방어주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긍정적인 이슈가 나와도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통신업체들이 마케팅 비용 규제안을 제대로 지킨적이 없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규제 효과가 미미해지는 내년에 다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성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신주는 내수사업이고, 정부정책에 따른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주가가 정체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마케팅 비용 상한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마케팅 비용 상한제가 실시되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유·무선을 구분해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유선 부문은 원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데다 최근 화두인 스마트폰 관련한 마케팅 비용 제한폭은 크지 않아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마케팅 비용 상한제를 실시한 이후 오히려 요금 할인 경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마케팅 비용 상한제에 관한 모멘텀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은 돌파구는 '스마트폰'…'B2B' 모멘텀 기대해도 될까?
'마케팅비용 상한제' 모멘텀이 한풀 꺾이자 통신주 '추가 상승 모멘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통신주는 스마트폰 출시 등의 모멘텀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빠르면 3분기에 아이패드도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독점 판매업체인 KT의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LG텔레콤의 경우 현재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 않지만 B2B(기업 대 기업)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LG전자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B2B사업을 확장시킬 여력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B2B 시장은 올해 내에 크게 확장되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지하철 유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B2B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주가에 진작 반영됐어야 했는데 스마트폰을 둘러싼 통신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지금은 스마트폰부문 경쟁에 대한 우려로 마케팅 비용 제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이는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돼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을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B2B부문 성장세가 부각되면서 통신주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B2B는 네트워크 중심의 하드웨어 판매에서 소프트웨어를 겸한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업체에 긍정적이라는 것.
반면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B2B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한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할 일"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SK텔레콤과 KT는 B2B 부문에서 올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매출액의 1.5%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그는 "다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나 애플사의 아이폰 4G가 출시될 예정인데다 아이패드도 곧 나올 것이기 때문에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