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조기업이 뜬다] (2) 김유 자라자 대표 "그림만으로 리플달고 대화…한달 로열티만 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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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www'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아니라 '월드 위드아웃 워드(world without word · 문자 없는 세상)'를 의미하죠.그림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전 세계 IT시장에서 그림만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는 우리뿐이에요. 앞으로 시가총액 얼마인 회사가 아니라 그림 관련 콘텐츠 회사의 대명사가 되고 싶어요. "
스케치판(www.sketchpan.com)을 운영하는 김유 자라자 대표의 포부다. 스케치판은 웹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다른 네티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트.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해 볼 수 있다. 커다란 판에 여러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특정 그림에 대해 그림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모든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06년 베타 판(실험 버전)을 낸 후 작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하루 접속 인원은 10만여명.이중 10%인 1만여명은 해외 30개국 이상의 네티즌이다.
최근에는 태블릿업체인 비스타블렛과 계약,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을 번들(하드웨어를 구입할 때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제작 · 배급사 넥슨과 손잡고 게임 '메이플스토리'관련 그림 그리기 상품을 내놓았다.
인터넷에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간편하게 '댓그림'으로 네티즌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은 BM특허(정보시스템을 이용해 고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특허)까지 받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바로 '말풍선'을 다는 기술도 특허 출원 중이다. 현재 매출은 월 1500만~2000만원 수준이지만 최근 비스타블렛,넥슨과 계약하는 등 올해부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 넥슨과 함께 만든 상품의 사용자가 한 달여 만에 1000명을 넘어 로열티로 2000만원을 받았다. 김 대표를 비롯해 프로그램 개발자 2명,디자이너 3명 등 총 6명이 회사를 꾸리고 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팬시용품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지만 주어진 일만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1년 정도 회사를 다니다 유튜브와 닌텐도DS를 만났다. 이것이 창업의 계기였다.
"동영상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유튜브를 처음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포토샵 등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은 전에도 많았지만 그림 그리는 과정을 공유하는 사이트는 없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구상했던 사업 아이템이 그때 확실해졌죠."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는 그림 그리기도 게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그는 그림 그리기로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이 놀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여기서 얻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초창기에는 사이트에 광고 배너만으로 1년에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웹에서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스케치판은 처음부터 무료 사이트를 표방했다. 그는 회사 유지를 위해 일러스트 · 캐릭터 등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에버랜드 · CJ인터넷 등의 캐릭터 개발,디자인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스케치판'에 모두 투자했다. 이렇게 '딴 곳'에서 벌어 본업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5억여원.그는 "2006년 즈음에 '웹2.0'이니 해서 IT회사가 많이 생겼지만 수익구조가 미비해 거의 망했다"며 "저는 일이 좋아서 계속했는데 이 시장도 영화 '짝패' 대사처럼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케치판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애초에 스케치판의 타깃을 미술 전공자나 일러스트 · 그림 마니아들로 잡았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유아들의 이용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이트를 손질했다. 아동용 게시판을 따로 만들고 어린이를 위한 놀이용 · 교육용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을 노리고 《스케치판과 함께하는 그리자 동물의 숲》(에이스미)도 출판했다. 동시에 마니아를 위한 전문가 게시판을 보강했다.
현재 그는 스케치판을 기반으로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다.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병원에 납품하는 것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면 환자의 심리를 분석해 치료할 수 있다"며 "지금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몇몇 병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림 그리기 게임도 개발 중인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판이 큰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돈 벌기만을 목적으로 삼으면 사업이 안 풀릴 때 주위 사람들이 떠나고 본인도 금방 지치게 마련"이라며 "자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고 빛을 보게 된다"고 조언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스케치판(www.sketchpan.com)을 운영하는 김유 자라자 대표의 포부다. 스케치판은 웹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다른 네티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트.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해 볼 수 있다. 커다란 판에 여러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특정 그림에 대해 그림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모든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06년 베타 판(실험 버전)을 낸 후 작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하루 접속 인원은 10만여명.이중 10%인 1만여명은 해외 30개국 이상의 네티즌이다.
최근에는 태블릿업체인 비스타블렛과 계약,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을 번들(하드웨어를 구입할 때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제작 · 배급사 넥슨과 손잡고 게임 '메이플스토리'관련 그림 그리기 상품을 내놓았다.
인터넷에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간편하게 '댓그림'으로 네티즌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은 BM특허(정보시스템을 이용해 고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특허)까지 받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바로 '말풍선'을 다는 기술도 특허 출원 중이다. 현재 매출은 월 1500만~2000만원 수준이지만 최근 비스타블렛,넥슨과 계약하는 등 올해부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 넥슨과 함께 만든 상품의 사용자가 한 달여 만에 1000명을 넘어 로열티로 2000만원을 받았다. 김 대표를 비롯해 프로그램 개발자 2명,디자이너 3명 등 총 6명이 회사를 꾸리고 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팬시용품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지만 주어진 일만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1년 정도 회사를 다니다 유튜브와 닌텐도DS를 만났다. 이것이 창업의 계기였다.
"동영상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유튜브를 처음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포토샵 등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은 전에도 많았지만 그림 그리는 과정을 공유하는 사이트는 없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구상했던 사업 아이템이 그때 확실해졌죠."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는 그림 그리기도 게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그는 그림 그리기로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이 놀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여기서 얻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초창기에는 사이트에 광고 배너만으로 1년에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웹에서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스케치판은 처음부터 무료 사이트를 표방했다. 그는 회사 유지를 위해 일러스트 · 캐릭터 등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에버랜드 · CJ인터넷 등의 캐릭터 개발,디자인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스케치판'에 모두 투자했다. 이렇게 '딴 곳'에서 벌어 본업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5억여원.그는 "2006년 즈음에 '웹2.0'이니 해서 IT회사가 많이 생겼지만 수익구조가 미비해 거의 망했다"며 "저는 일이 좋아서 계속했는데 이 시장도 영화 '짝패' 대사처럼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케치판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애초에 스케치판의 타깃을 미술 전공자나 일러스트 · 그림 마니아들로 잡았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유아들의 이용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이트를 손질했다. 아동용 게시판을 따로 만들고 어린이를 위한 놀이용 · 교육용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을 노리고 《스케치판과 함께하는 그리자 동물의 숲》(에이스미)도 출판했다. 동시에 마니아를 위한 전문가 게시판을 보강했다.
현재 그는 스케치판을 기반으로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다.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병원에 납품하는 것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면 환자의 심리를 분석해 치료할 수 있다"며 "지금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몇몇 병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림 그리기 게임도 개발 중인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판이 큰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돈 벌기만을 목적으로 삼으면 사업이 안 풀릴 때 주위 사람들이 떠나고 본인도 금방 지치게 마련"이라며 "자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고 빛을 보게 된다"고 조언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