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케터 PT가 끝나자 "제품은 써 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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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분투기 / 한국마케터협회 지음 / 리더스북 / 451쪽 / 1만5000원한 대기업이 서울 외곽도시에 백화점을 짓기 위해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조사를 맡은 리서치 업체 대표가 상권 구조,타깃 고객의 특성,기존 백화점 고객 유치방안,상품 구색,층별 상품 포지션,주차장 규모,셔틀버스 효과 등에 대한 분석 결과를 설명하자 대기업 사장이 정중하게 물었다. "백화점 지을 자리에 가보셨습니까?"
리서치 업체 대표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못 가봤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판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의 실패담이다. 이를 계기로 노 대표는 '체험 없는 지식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리게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마케터나 리서처(조사자)나 다뤄야 할 것이 눈에 보이는 제품이든 보이지 않는 서비스든 자신이 먼저 사용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체험 없는 지식은 오류로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마케터 분투기》는 노 대표를 비롯해 김용택 롯데중앙연구소장,위규성 CJ라이온 대표 등 국내 마케팅 1세대 19명의 열혈 마케팅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 수많은 히트상품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시장의 지형도를 바꾼 이들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교훈을 생생한 실패담 · 성공담과 함께 들려준다.
껌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자일리톨껌,글로벌 마켓의 강자들을 누르고 기저귀 시장의 제왕으로 등극한 하기스 매직팬티,청소의 패러다임을 바꾼 페브리즈….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한 마케터들의 숨막히는 경쟁과 눈물어린 노력이 드라마틱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