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파리 날리던 선술집, 손님이 꼬이는데…

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 | 문준용 지음 | 글로세움 | 208쪽 | 1만1500원
겉보기엔 여느 민속주점이나 실내포장마차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안주를 시키면 '닭똥집' 하나라도 요리 수준으로 내온다. 해산물 안주를 시키면 푸짐하면서도 일식집 못지않게 장식을 해서 낸다. 손님의 생일이나 졸업,승진 등 경사가 있는 날엔 플라스틱 막걸리병에 생화로 꽃띠를 둘러 축하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그러니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후 6시,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이 찾아들고 30분이든 1시간이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마다않는 열성팬들도 한둘이 아니다. 서울 이태원 후미진 골목의 허름한 7평짜리 선술집 '버들골'이 그 무대다. 《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는 버들골의 문준용 사장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창업을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다.

문 사장은 11년 전 운영하던 신발공장이 망하고 빚쟁이에게 쫓길 때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떠난 자리엔 음식이 반 이상 남아 있었다. 맛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그는 깨달았다. 장사의 기본은 정성이며,손님이 스승이라는 것을.그래서 손에 굳은살이 박히고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며 버들골만의 안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고 요리책의 레시피를 베끼며 연구한 끝에 만든 공식 메뉴가 28가지.입소문을 타자 매출이 늘기 시작했고,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제자들도 생겼다. 3년 전부터는 '버들골 이야기'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70개 가맹점을 거느린 맹주가 됐다.

저자는 "포장마차 주인에게 기본 중의 기본은 정성"이라며 모든 음식은 세팅 전에 확인할 것,밥집과 술집의 차이를 인정하고 손님을 배려할 것,손님이 찾기 전에 알아서 서비스할 것,손님에게서 답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특히 "안주는 세 번 먹는다"며 정성을 강조한다. 눈으로 한 번 먹고,입으로 한 번 먹고,마지막에 분위기로 한 번 먹는다는 것.음식은 맛만 있어서는 안 되며 입이 즐겁기 전에 눈이 즐거워야 하고,먹고 나서는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