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업·폭스콘 자살…中 저임금 리스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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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완성차 공장 4곳 멈춰
애플ㆍ델ㆍHPㆍ소니에릭슨 하청社 폭스콘 사태에 곤혹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근로자와의 마찰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에 기초한 '중국식 성장모델'이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혼다자동차는 광저우에 있는 부품공장의 파업으로 중국에 있는 4개 완성차공장의 가동이 완전 중단됐다. 광저우 포산에 있는 혼다차 부품공장 근로자 1800여명은 현재 월 1500위안(약 26만7000원)인 평균 임금을 완성차 근로자 수준인 2000~2500위안으로 올리라고 요구하면서 지난 17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공장은 혼다차의 변속기 등을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광저우에 있는 정청공장,황푸공장 등 두 곳은 24일부터,허베이성 우한공장과 광저우 수출전용 공장은 26일부터 조업이 중단됐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현지 지방정부까지 나서 중재를 했지만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혼다 관계자는 "교섭을 재개했지만 공장이 언제부터 가동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혼다는 올해 이들 4개 공장에서 연 6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파업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선전에 공장을 둔 대만계 회사인 폭스콘은 열악한 노동 환경 탓에 근로자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스콘은 애플 델 휴렛팩커드(HP) 소니에릭슨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다. 대부분 20대인 이 회사의 근로자 중에서 올 들어서만 13명이 자살을 시도,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스콘과 선전시 정부는 "젊은이들이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집에서 떨어져 살면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언론과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하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900위안의 기본급을 받으며 월 100시간에 이르는 특근에 시달리고 있다. 점심시간은 30분이고 휴일도 한 달에 이틀밖에 안 된다. 이로 인해 폭스콘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근로자 착취 기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폭스콘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집중적으로 조명받자 이 회사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애플 델 소니에릭슨 등 다국적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홍콩 등에서 애플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폭스콘의 근무 실태를 직접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에서 노사분규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노동사회보장부에 따르면 2007년 35만건이었던 노사분규는 2008년 69만300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몰려 있는 광둥성 주장삼각주 지역의 경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로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주장삼각주 기업들의 부족한 노동력은 20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따라서 근로자들이 교섭에서 더 많은 힘을 갖게 되고 임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국은 인구 구조상 앞으로 10년 내에 15~24세의 젊은 노동력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 시장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