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물환 규제 강화"…환율 급락

코스피 1600 탈환
한국 경제의 강한 기초체력에 비해 최근 오름세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원 · 달러 환율이 엿새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부가 선물환 거래 규제 등 강력한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선물환 규제 검토" 발언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본지 5월27일자 A1면,A5면 참조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30전 내린 1224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선물 환율이 하락한 데다 지난달 경상수지가 14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발표에 힘입어 11원30전 내린 채 출발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이어졌지만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하고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1달러 중반까지 떨어졌던 유로화 가치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1.22달러 후반까지 급등하면서 원 · 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문제로 증시와 환율이 조정을 받았지만 과거와 달리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상태"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전날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의 선물환 규제 방침을 비중있게 보도한 데 이어 이날 김 원장이 이를 재차 확인하면서 하락폭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은행의 선물환 거래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물환 규제를 하더라도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 모두 같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외화 유출입에 대해 규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 본점 등으로부터 차입해 오는 외화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38포인트(1.60%) 상승한 1607.50으로 마감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1134억원과 170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3094억원어치 순매도하며 9거래일째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회복한 것은 사흘 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10.32포인트 올라 473.32를 기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