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mm 혈관 잇는 한국 '손 기술' 최고…출혈 많은 肝이식은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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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 장기이식 개정안 통과 : 판정위, 전문의 2명으로 간소화…유가족 1명 동의하면 가능지난 25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현재 1만7000여명에 이르는 장기이식 대기자 중 더 많은 이들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험·팀워크가 생명 : 신장 98%ㆍ간 95% 성공률…집도의ㆍ마취ㆍ간호사 '호흡' 중요
개정안은 비영리 장기구득기관인 한국장기기증원(KODA)을 설치해 뇌사추정자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이곳에 신고토록 하고 뇌사추정자에 대한 장기기증 설득,뇌사판정,장기적출,뇌사자 장기기증 촉진 캠페인,관련 행정사무 등을 도맡게 했다. 그동안은 뇌사자를 처음 발굴한 병원에 신장 두 개 중 한 개를 주고 나머지 장기는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이식 대기기간,뇌사자와 이식대상자 간의 조직적합성(HLA)등을 점수화해 우선 순위대로 배분하는 형식이었다. 개정안은 현재 전문의 3인 포함 6~10명으로 구성토록 한 뇌사판정위원회를 전문의 2인 포함 4~6인으로 간소화했다. 또 그동안은 뇌사자 유가족 중 선순위자(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순) 2명의 동의가 있어야 장기기증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선순위자 1명의 동의만 있어도 된다.
이번 개정안은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늘리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살아있는 사람의 생체기증(주로 신장이나 간의 일부 기증)은 활발한 반면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현저하게 적은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의 경우 국내에서 이뤄진 장기이식 중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인구 100만명당 3.1명인 반면 생체기증은 26.1명에 달했다. 이에 반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뇌사자의 장기이식 비율이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는 가족애가 강해 생체 기증이 많은 것인데 개인의 건강권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의료윤리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서 장기기증이 가능한 잠재적 뇌사자는 연간 3000~9000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해 뇌사자 장기이식은 261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장기이식 의료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인의 빼어난 손재주 덕분이다. 작은 손과 직관력으로 복잡다기한 혈관을 간추려 잇는 테크닉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식수술의 1년 생존율(이식성공률)은 신장이 98%,간이 95%에 달한다. 특히 간이식 수술 분야가 강하다. 간은 대정맥과 연결돼 출혈이 심하고 말기환자의 경우 간의 염증으로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데다 인접 장기와 유착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식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최대 70%)를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은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식수술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혈관과 이식할 장기의 혈관을 잇는 수술이다. 신경과 근육 등은 혈관이 개통되고 장기의 기능이 살아나면 더불어 재생된다. 보통 의사가 2.5~4배율의 돋보기를 쓰고 동맥은 동맥끼리 정맥은 정맥끼리 통하도록 정교하게 꿰맨다. 신장이식의 경우 동맥은 지름이 7~8㎜이며,정맥은 원래 지름 1.5㎝짜리를 2~3㎝로 늘린 상태에서 봉합한다. 능숙한 의사면 보통 1시간 이내에 끝낸다.
간이식 전문가인 조재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장기이식은 봉합이 잘 이뤄지고 이식한 장기에 피가 돌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게 상당수이고 사전에 이식할 장기의 기능적 결점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환자의 지병이 재발할 때 실패한다"고 말했다. 폐는 공기와 접촉하는 장기여서 감염 우려가 상존하고 환자 또한 폐기능과 면역력이 현저한 저하된 상태여서 가장 낮은 이식성공률을 보인다.
장기이식은 많이 할수록 잘하게 마련이다. 조 센터장은 "간 이식수술의 경우 한 달에 두 건 이상 꾸준히 시행해야 테크닉이 유지 · 발전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며 "수석 집도의의 직접 경험이 풍부하고 수술을 지원하는 마취과 전문의,간호사 등이 완벽한 팀워크를 이뤄야 이식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질환에 잘 걸리고 잠시 고개숙였던 지병이 재발하면서 수명이 단축될 수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의학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다.
한편 국내 수술실력은 뛰어나지만 장기이식 대기자 적체 때문에 중국으로 원정수술을 받으러 가는 사람이 연간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중국의 이식수술 수준은 초기에는 꿰매는 테크닉이 엉성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담석이 든 간을 이식하는 등 문제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시행착오를 거쳐 수술경험이 축적되면서 크게 발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