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한국, 위기통해 더 강해지고 있다"

성장세 둔화 가능성 거의 없어
원화 약세 진정땐 또 한번 랠리
"위기를 거치는 동안 한국 경제가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리세션'(경기 후퇴)을 피하는 저력을 보였으며,지금은 단기 외화 부채가 줄고 내부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등 펀더멘털이 더 좋아졌다. "

모건스탠리 홍콩법인의 아시아 · 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샤론 램이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린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위기 때문에 얻은 '오명'을 벗기 힘들지만 한국 경제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며 "외부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능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호평했다. 그가 지적한 '오명'이란 한국이 과거 외환위기,카드 사태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남아 있어 글로벌 경제 · 재정 이슈가 불거졌을 때 가장 취약하게 여긴다는 점을 지칭하는 것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남북한 간 긴장 고조 등 안팎으로 불거진 악재들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해외 분석가들은 한국 경제가 지난 2년간 금융위기라는 '담금질'을 통해 오히려 더 강해졌고 일시적 충격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콩 BOA메릴린치의 샤밀라 웰런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은 가동률 상승을 동반한 산업생산 증가가 이어지고 있고,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내부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6.2%)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해외 분석가들이 꼽은 한국 경제의 강점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으며 △재정이 건전해 필요하면 언제든 내수 부양이 가능하다는 것 등이다. 이는 과잉 소비,과잉 투자에 시달리는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 포인트인 셈이다. 이 밖에 크레디트스위스(CS)는 "원 · 달러 환율이 IT(정보기술) 버블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리스크 요인에 대한 '과잉반응'(overreacting)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UBS증권은 "일단 원화 약세가 진정되면 한국 증시는 또 한 차례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열흘 만에 순매수(722억원)에 나서며 15.28포인트(0.95%) 오른 1622.78로 마감했다. 지난 26일 1253원까지 치솟았던 원 · 달러 환율도 29원10전 급락한 1194원90전으로 장을 마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