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상상력의 돈…스토리 파는 창업 유망

제프 고메즈 스타라이트러너 엔터테인먼트 사장(45)은 만화광이다. 만화영화 주인공인 아톰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자랐던 어린시절에는 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 등에 빠져살았다. 가끔씩 판타지 스토리도 끄적거렸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월트디즈니,마이크로소프트,코카콜라,하즈브로(유명 장난감 생산업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00년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워 돈을 버는 고메즈의 방식은 독특하다.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담은 스토리가 밑천이자 제품이다. 그것도 기존의 지식재산권이 있는 영화,TV광고,제품 등을 위한 또 다른 스토리를 재창조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인다.

스타라이트러너의 첫 고객은 장난감 및 게임업체인 매텔이었다. 매텔은 2003년 고메즈에게 장난감 자동차인 '핫휠'의 출시 35주년을 기념하는 캐릭터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타라이트러너 스토리팀은 지구를 구하는 과학자 캐릭터를 구상했다. 매텔은 과학자 이야기를 만화책으로 출간하고,비디오게임과 온라인게임을 만들었다. 핫휠은 불티나게 팔렸다. 2005년에는 디즈니가 고메즈의 도움을 구했다. 2003년 히트한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주인공인 잭 스패로의 배경 이야기를 구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고메즈의 회사는 스페인 탐험가 코르테즈의 칼을 찾아나선 스패로의 스토리를 시리즈 책으로 출간,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디즈니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2편과 3편을 내놓게 됐다.

스타라이트러너는 코카콜라가 히트시킨 '행복공장' TV광고의 배경 스토리도 구상했다. 프로펠러가 달린 물고기가 등장하고 코카콜라 자동판매기 안에서 코카콜라 병을 채우는 털북숭이 캐릭터 등이 등장하는 광고다. 스타라이트러너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원용한 아이디어로 콜라의 일곱 가지 성분을 나타내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이들은 콜라를 만들어낼 때만 행복한 모습을 짓게 했다. 코카콜라 역시 캐릭터들을 만화책,비디오게임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메즈는 이 밖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최근 내놓은 3D 영화 '아바타'의 배경 스토리와 앞서 2007년에 나온 블록버스터 변신로봇 영화 '트랜스포머'의 배경 스토리 구성에도 참여했다. 고메즈 최고경영자(CEO)는 대학에서 영화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한 뒤 뉴욕 공립학교에서 창작을 가르쳤으며 장난감 회사에 취직도 해봤다. 거기서 만화책을 그리고 게임 구상을 도왔지만 샐러리맨이 싫어 뛰쳐나와 스타라이트러너를 설립했다.

할리우드의 마케팅 컨설턴트 테리 프레스는 "영화를 팔든지,장난감을 팔든지 소비자들은 갈수록 상품과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스토리를 사게 될 것"이라며 스타라이트러너와 같은 상상력 판매사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