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카오스' 시대…돌파구 어디서 찾을까

흔히 요즘을 재테크의 '카오스(chaos · 혼돈)' 시대라 부른다. 일부에서는 재테크 생활자들이 3중고를 당하고 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당장 현 시점에서 확실하게 수익을 내주는 재테크 수단이 별로 없다. 최근 한 달 동안 각종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정체상태다. 은행의 예 · 적금은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마이너스다. 부동산 가격도 위기설이 나돌 만큼 연일 떨어지고 있다. 재테크 앞날은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나라 밖으로는 3개월 이상 끌어온 유럽 재정위기가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긴 하지만 '통합국의 위기'라는 점에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나라 안으로는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이 언제 어떻게 될지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 악재가 겹친 속에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한국 경제 전망은 오히려 이전보다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제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5%대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3%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갭'이 우려되는 높은 수준이다. 확실하게 수익을 내주는 재테크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재테크 생활자들을 더 혼돈에 빠지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밝게 전망된다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나라 안팎의 악재와 향후 예상되는 불투명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채권 달러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환율 금리 주가 등 재테크 3대 변수가 하루가 다르게,그것도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터져 나온 악재가 부각되는 날에는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다 이 요인이 누그러지면서 한국 경제의 밝은 기초여건이 부각되면 곧바로 주가가 회복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돌변한다. 재테크 시장이 '카오스' 시대에 접어들면 실망하고 갈피를 못 잡는 시중자금은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단기 부동화된다. 삼성생명 공모처럼 조금만 유망한 기회가 있다면 엄청난 자금이 몰리고 갈수록 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증권사의 MMF 등과 같은 단기상품에 수신액이 늘어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언제쯤 풀릴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예정된 지방선거가 끝나면 윤곽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위기 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유동성 위기에 이어 시스템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만큼 금융위기가 완전히 극복될 때까지는 최근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위기가 극복되면 정책면에서는 재테크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도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대책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출구전략과 위기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해 온 금융개혁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구전략도 각국의 여건에 맞게 추진된다면 재테크 환경이 지금보다 더 급변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포 데믹(정보 전염)' 혹은 '리스크 데믹(위험 전염)' 현상이다. 주변에서 수시로 나오는 정보나 그때그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흔들리다 보면 카오스 국면으로 더 빠져들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재테크 목표와 기준을 갖고 지금 상황에 대처 해 나가다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 재테크 카오스 시대에선 애써 힘든 수익을 내기보다 비용을 줄여 수익을 얻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은 카오스 이론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테크 변수가 최근처럼 변동폭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매월 일정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와 같은 상품일수록 '평균 매입단가 인하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선호하는 개별 주식 투자도 그때그때 부각되는 인기주에 갈아타기보다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주식을 매입해 오래 보유하는 것이 노후 대비와 같은 재테크 목적에는 더 부합되는 투자기법이다. 인기주에 영합하다 보면 애는 쓰지만 나중에 정작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제러미 시겔이 주장하는 '성장의 함정(growth trap)'이다. 국내에서 확실한 투자처가 안 보이면 돌파구를 나라 밖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앞으로 차별화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면 각국 간 금리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때 먼저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국가의 국채 등을 사두면 금리 차익과 함께 환차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