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미술품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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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평론가미술시장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미술사에 오르고 검증받은 작가들이 항상 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제 아무리 안목이 높은 컬렉터라도 거액을 주고 작품을 수집할 때는 위험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방가르드한 젊은 작가들을 주목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내려는 컬렉터들이 늘면서 리처드 프린스,제프 쿤스,무라카미,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해 '슈퍼 리치'로 부상했다. 미술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를 고르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성취감은 커서 이런 모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대개 국제적인 미술시장에서 작가의 성장 가능성이나 작품값은 주요 미술관에서의 개인전,회고전 또는 기획전 참여 정도와 이 전시가 영향력 있는 매체에 리뷰가 실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주요 미술관의 작품 소장 여부와 비엔날레나 도큐멘타 같은 국제적인 미술제 참여 빈도,영향력 있는 화랑 및 컬렉터와의 관계와 비례한다. 많은 컬렉터들이 주요 미술관의 이사가 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과 작품을 기부하는 것은 자신이 이룬 부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것도 있지만 실은 이사 자격으로 미술관의 새로운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미술관의 이사가 될 수는 없다. 돈만 많이 기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부 능력은 물론 사회적인 평판이나 지위,인간관계,예술에 대한 열정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 컬렉터들이 중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발품과 눈품을 팔아야 한다. 요즘 모두들 불경기라고 하지만 사실 미술품은 지금 소장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좋은 작품들이 시장에 낮은 값으로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미술품 양도소득세로 인해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고가의 작품들이 올해 말까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불경기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작품들이 나올 확률이 높다.
미술품 컬렉터라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젊은 작가 작품에도 일정 부분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젊은 작가들의 경우 시장 친화적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새로운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관심을 돌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사실 외국 작가들의 경우 시장이 국내만으로 한정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순환시키기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한국 컬렉터들의 구매력이 클수록 한국 작가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역으로 용이해져 결과적으로 한국 미술을 키우는 중요한 토양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요즘 국제적인 미술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작가들의 작품을 일정 부분 소장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요즘 일부 젊은 컬렉터들은 외국 화랑과의 직거래를 대단하게 여기는 풍토가 있지만 이는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갑자기 화랑에 나타난 낮선 컬렉터에게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보다는 최소한 좋은 작가의 태작이나 졸작을 권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