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퍼트롤]애널리스트의 부정적 실적 추정은 '유죄'?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본인이 쓴 리포트를 스스로 삭제한 뒤 관련 내용의 인용을 자제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호소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정유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오전 기자에게 전화을 걸어 "해덕파워웨이의 보고서를 삭제했으니 이와 관련한 일체의 보고서 내용을 기사로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LIG투자증권은 이날 해덕파워웨의 올 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3.9%와 50.1% 감소한 445억원과 75억원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 연구원은 "조선 업체들의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에 나타난 해덕파워웨이의 수주액을 보고 실적 추정치를 내놨다"며 "하지만 회사측에서 공시된 금액 이외에도 수주액이 더 된다고 주장해 보고서를 내리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쓰고 매일같이 삭제해야 할 판이다. 증권사의 추정 실적이 딱 들어 맞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 추정은 애널리스트의 고유 권한인데 해당 회사의 컴플레인(항의)만으로 이미 공표된 보고서를 삭제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의 내용이 긍정적이라면 (설사 내용이 다르더라도)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면 해당 기업과 주주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게 된다"며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