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제강, 대량매매인데 통정매매라니?

유가증권시장의 와이어로프 가공업체인 DSR제강이 때 아닌 '통정매매(미리 매매시점·가격을 약속)'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주 홍순모 회장이 보유지분 약 3%를 아들인 홍하종 사장과 홍석빈 부사장에게 1.5%씩 나눠 판(장내 대량매매) 것이 장중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매매한 것으로 오해를 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또 이번 부자지간(父子之間) 대량매매가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한 편법이라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들들이 '자기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낼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SR제강의 홍 회장은 지난주 보유중이던 주식 160만주(지분 11.12%) 중 일부인 44만2000주(약 3%)를 장내 대량매매를 통해 친인척이자 특수관계인인 홍 사장과 홍 부사장에게 각각 22만1000주씩(1.5%) 나눠 팔았다.

장내 대량매매는 시간외 대량매매와 같이 장내에서 대량으로 당사자들간에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다. 통상 회사는 대량매매를 결정한 당일 중개 증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증권사가 곧바로 한국거래소에 신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또 이번 매매의 경우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보유지분을 현금으로 바꿔 증여한 것이 아니라 아들들이 자신의 돈으로 아버지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간 증여세를 회피하려 했던 것이 아니란 얘기다.

이러한 지난주 대량매매를 두고 일각에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 거래', '부자간 매매가격, 수량, 시점 등을 미리 약속해 불법으로 거래한 통정매매'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장내 대량매매를 통정매매로 볼 수 없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홍 회장의 지분이 대량매매를 통해 줄어들었기 때문에 추후 증여를 시도할 경우 절세의 효과를 누릴 수는 있을 것"으로 정리했다.

DSR제강 관계자는 "대량매매의 경우 중개증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에 신고하게 돼 있고, 당연히 이러한 절차를 밟아 장내에서 대량매매를 실시한 것"이라며 "공정공시를 통해 밝혀질 내용을 가지고 왜 불법거래를 저질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홍 회장의 지분을 장내에서 매도하지 않고 최대주주인 홍 사장과 부사장을 대상으로 매도했기 때문에 주주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DSR제강의 홍 사장과 홍 부사장은 이번 매매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각각 23.4%에서 24.9%, 14.2%에서 15.8%로 늘려놨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