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투표

유럽의 소국(小國) 알바니아가 폐쇄정책을 고수하던 1982년 11월 실시한 총선에서 10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단일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딱 한 사람만 반대표를 던졌다. 공식 득표율은 99.99993%.북한은 더 심하다. 1962년 10월8일 선거에서 100%의 투표율과 노동당 100%의 득표율을 보였다. 둘 다 강제성을 띤 선거였던 만큼 이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어느나라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잘 안되는 게 현실이다. 투표율 높은 나라는 대부분 의무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투표율을 자랑하는 호주는 투표를 안할 경우 20~50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벌금을 내지 않으면 감옥살이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세게 나가니까 평균 투표율이 95% 수준으로 치솟았다. 벨기에도 투표에 한 번 불참하면 10유로,두 번은 20유로의 벌금을 매긴다. 15년 동안 네 번 불참하면 선거명부에서 빼고 10년간 공직 임명 기회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90% 이상의 투표율을 유지하고 있다. 의무투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룩셈부르크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브라질 칠레 싱가포르 등 20여 개국에 이른다.

사람들이 투표를 꺼리는 이유는 많다. 대표적인 건 자신의 투표가 결과에 영향을 줄 확률이 너무 낮은 반면 투표하려면 적지않은 수고를 해야 한다는 거다. 베스트셀러 '괴짜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래빗도 "투표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그 한 표로 당락을 바꿀 확률은 거의 없는 탓에 참가율이 낮다"고 분석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콩도르세는 '민주적 선거 제도가 합리적 결과를 낳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려 했다. 세 사람의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벌일 경우 최다득표자라 해도 30%대의 득표율로 선출되니까 결국은 유권자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그럼에도 투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선의 절차임에는 변함이 없다. 비록 불완전하지만 아직은 대안이 없는 것이다. 6월2일 지방선거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관위가 추첨을 통한 상품권 증정,투표댄스 공연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투표 소감을 심사해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주기도 한다. 경품이나 캠페인이 아니래도 투표는 하는 게 옳다. 귀찮다고 모두 안한다면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