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실패 vs 구글의 성공…'여백경영'이 갈랐다

기존 관행 무시…마케팅도 독립
아이디어는 CEO에 직접 보고 혁신 원하는 잠재고객 겨냥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구글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3대 거목이다. 이들 '빅 3'의 결정적인 경영전략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여백(화이트 스페이스 · white space)'의 운용 여부다.

미국 경영전략컨설팅 회사인 '벡터 그로스 파트너스'의 애덤 하퉁 파트너는 최근 경제 · 경영 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MS를 여백을 활용할 줄 모르는 회사로,애플과 구글은 여백을 십분 활용하는 회사로 비교했다.
◆방어 · 확장에 집중하는 MS제록스와 코닥의 쇠락은 위대한 사업 아이디어와 인재를 보유했으나 연구실 수준을 못 벗어나고 시장에서 실패한 케이스다. 제록스는 PC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이용자 호환성 그래픽 기술을 개발했지만 복사기 판매에 집중하다가 PC 시장을 놓쳤다. 코닥은 디지털 사진 분야를 개척하고 수많은 기술을 발명하고서도 캐논,카시오,샤프와 같은 훨씬 덩치가 작은 경쟁사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내줬다.

MS는 제록스,코닥과 비슷한 경영을 하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버전을 높인 윈도 비스타와 윈도7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피스 2007도 출시했으나 기존 고객 대부분은 오피스 2003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왜 그럴까. 주력 사업인 PC 운용체제 시장과 오피스 제품 시장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데 매몰된 탓이다. ◆애플과 구글은 여백 경영


애플과 구글은 달랐다. 애플은 PC 시스템인 매킨토시 플랫폼을 방어하고 확장하는 경영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혁신을 원하는 잠재 고객을 겨냥,아이팟과 아이튠즈를 내세워 디지털 음악 시장을 장악했다. 아이폰과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판매도 그랬다.

애플의 아이폰 개발팀이 '화이트 스페이스팀'이었다. 애플 경영진은 이 팀에 회사와 업계의 기존 룰과 관행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경영진에 직접 보고하게 했다. 기존 사업(검색)을 방어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글은 애플과 사촌이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로 출발해서 온라인 광고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뒤 새로운 소프트웨어 솔루션(크롬,웨이브)을 내놨다. 휴대폰 운용시스템(안드로이드),메일과 소셜미디어(G메일,버즈)의 신영역도 성공리에 개척했다.

구글 역시 아이디어가 생기면 최고경영진에 바로 보고하고 화이트 스페이스팀을 꾸려 자원을 지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