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손상신호 조절…항암제 개발 '청신호'

한·미 연구진, 메커니즘 규명
DNA가 손상됐을 때 복구하는 시스템을 방해하는 단백질의 기능이 국내 의학자에 의해 밝혀져 새로운 항암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차혁진 CHA의과학대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은 미국 조지타운대 알버트 포네이스 박사팀과 공동으로 체내에서 방사선에 의한 DNA 손상 신호를 조절하는 데 작용하는 탈인산화(脫燐酸化) 효소인 'Wip1'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암 연구 분야 국제학술지인 '캔서 리서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방사선에 의해 세포가 손상되면 히스톤 단백질의 인산화가 이뤄져 세포의 DNA 손상을 알아채고 복구 신호 메커니즘이 활성화된다. 인산화란 단백질에 인산기(phosphate)가 붙는 것을 말한다. 차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손상된 DNA가 복구돼 정상세포가 됐을 때 종양성 유전자인 'Wip1' 탈인산화 효소(단백질에서 인산기를 떼어내는 효소)가 직접적으로 작용해 DNA 복구 명령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차 교수는 "종양 형성 과정의 새로운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DNA 손상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암의 발현을 억제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