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파주·강화·문산 부동산도 '급랭'

매수 문의 끊기고 가격도 뚝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남북 관계가 급랭하면서 경기도 파주,인천 강화도,강원도 철원 등 접경지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개성공단의 길목인 경기도 파주지역과 임진강 건너편 토지 시장은 직접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외지인의 발길과 문의가 뚝 끊긴 가운데 호가가 10~20% 정도 떨어졌다.

31일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에서 만난 양영자 복덩이공인 실장은 "천안함 사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임진강 너머 비무장지대"라며 "문산읍 문산리 당동리 등에서 땅을 판 사람들이 대토를 구하려고 비무장지대 땅을 많이 샀는데 요즘은 그런 수요가 완전히 끊겨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비무장지대 전답의 시세는 올해 초 3.3㎡당 10만~12만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8만~1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찾는 사람이 사라져 7만원 정도로 나오는 급매물 정도만 간간이 소화되는 실정이다. 사정은 LG필립스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문산읍 내포리 일대도 마찬가지다. 문산리 수정공인 황수제 대표는 "내포리 일대 전답(계획관리지역)은 3월 이전엔 3.3㎡당 80만~1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70만~8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산리 팔도공인의 문경자 실장도 "3월까지는 내포리의 임야를 중심으로 드문드문 거래가 있었지만 4월 이후로는 문의마저 끊어졌다"며 "외부 투자자들은 북한과 관계가 악화되면 이 지역 사람들보다 심리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문산리 건우공인 김영란 대표는 "파주 토지 시장의 가격을 지탱하는 것은 개성공단 활성화와 비무장지대의 개발 기대감"이라며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토지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접경지역도 천안함 사태의 충격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강화도 길상면 초지리의 정태기 명가공인 대표는 "강화에 온 지 12년이 됐는데 지금이 최악의 경기"라며 "구제역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북한과의 관계마저 악화돼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의 서용상 김화부동산 대표는 "가끔씩 이뤄지던 거래가 천안함 사태 이후 뚝 끊어졌다"며 "시세보다 20~30% 싸게 나온 급매물 정도만 어쩌다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파주=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