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경제위기 제한적…세계경제 더블딥 가능성 낮다"

에번스 美시카고 연방은행 총재
찰스 에번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세계경제가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31일 말했다.

에번스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가 열린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파장은 제한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성장 전망은 플러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에번스 총재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경기 회복시 시행해야 하는) 출구전략의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영향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 지표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고용이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기업활동이 개선되고 있고 소비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플로서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은 경제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고 전망도 견조하다"며 "올 한 해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신중하게 낙관론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관련,"도덕적 해이와 인센티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들이 자금조달 시장에 덜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비쳤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호세 데 그레고리오 칠레 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의 목표로 자산가격 안정과 금융취약성 완화 등을 포괄하는 '금융안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다만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만을 사용할 경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금리 외의 추가 통화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EDRC) 의장은 "중앙은행이 자산가격과 소비행태에 관한 지표들을 신중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외의 다른 새로운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알 자세르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자국의 상업은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 · 감독,증권시장 과열에 대한 대응책 등을 소개하면서 "중앙은행은 위기 때 신용 팽창을 억제할 정책 수단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찬 축사에서 "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변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정치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