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운사이징 시대]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소형 오피스텔·상가 매력 높아져"

투자전략…전문가 조언
불황에 갈아타기 시도해야…다주택자, 증여도 고려해볼만
실수요자, 급매물 위주로 접근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다운사이징 흐름이 작년 하반기부터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 침체나 1~2인 세대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출구전략 구사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 부동산 시장의 물줄기를 바꿔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큰 집을 줄이거나 여러 채의 보유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당장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애로로 꼽았다. 이들은 유동성을 확보해 둔 투자자인지 여부에 따라 주택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도 달리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운사이징,'거스를 수 없다'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다운사이징이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을 이미 형성했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과 주거문화가 투자보다는 실수요 개념으로 바뀌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다운사이징 경향도 가속화하고 있다"며 "큰 흐름에서 다운사이징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도 "거시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어도 주택시장은 앞으로 3~4년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주택 공급물량도 많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운사이징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과거엔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게 사실"이라며 "소득 증가세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면서 다운사이징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장기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이 투자시장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 등 몇 가지 변수만으로 투자시장이 죽을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주택 포트폴리오 조정이 바람직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경우,보유 주택 포트폴리오를 적극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앞으로는 시세차익보다는 현금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에 현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갈수록 유망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투자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경기가 조금 호전돼 다시 부동산이 팔리는 시기가 오면 너도 나도 사들이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렵다"며 "경기 호황기보다는 불황기에 자산 옮겨타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방법론적으로는 주택규모가 큰 것은 작은 것으로 옮기고 도심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요기반이 급속하게 위축됨에 따라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점이 포트폴리오 조정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 팀장은 "집이 팔리지 않아 다주택자들에겐 퇴로가 차단된 셈"이라며 "시장이 급전직하로 얼어붙을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투자대상이 확실히 있다면 급급매로라도 싸게 터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진 투자자라면 시장이 조금이라도 회복되길 기다려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은 빨리 주택을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증여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일수 씨티은행PB 팀장은 "증여도 보유 주택수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의 한 유형"이라며 "집값이 많이 떨어져 증여세가 적게 붙는 만큼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에겐 새로운 기회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이런 시장 상황을 역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박 팀장은 "실수요자라면 시세 대비 10% 이상 떨어진 급매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의 고객 중 한 사람이 최근 서울 잠실동에서 호가 15억원대 주택을 12억원에 매입한 사례를 들었다.

김 팀장은 상가와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상품은 지금 투자해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했다. 그는 "상가의 경우 6~10년 이상 보유할 상품"이라며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임대도 쉽지 않은데 사야 할까 생각하겠지만 투자유망한 물건들이 나오는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임대수익을 겨냥한 투자라면 중대형 아파트 매입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싼 차나 고급차까지 다 소유하던 시기를 넘어 이제 고급 외제차는 필요에 따라 렌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시장도 인구구조 변화 및 수요에 따라 필요에 따라 특정 시기에만 큰 집을 빌리는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60~70평대 대형 아파트 수요는 크게 줄겠지만 자녀의 성장이나 작업 공간 등 다양한 요구에 따라 40~50평대 아파트 수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