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테크의 '협업 파워'…4명이 연매출 30억
입력
수정
조선공장 현장서 요구하는 제품사장을 포함해 전 직원이 4명인 소기업이 연매출 30억원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인공은 울산시 남구 신정4동 골목길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청구테크(사장 하상순 · 53).선박건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초강력 진공청소기가 주력생산품인 이 회사는 분업과 협업체제를 통해 작지만 강한 파워를 내고 있다. 청구테크의 전체 직원은 하 사장을 포함해 4명.하 사장과 경리를 보는 여직원 1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남자 직원 2명은 영업현장을 발로 뛴다. 제품은 전량 외주 생산하고 있다.
외주생산으로 발빠르게 개발
1989년 창업한 하 사장은 "소규모 회사의 경쟁력은 규모보다 이윤을 남겨 직원들과 공유하고 지속 투자를 통해 얼마나 장기 레이스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공장은 없지만 해마다 100명 이상의 고용창출효과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구테크는 조선공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발빠르게 개발하는 전략으로 시장 우위를 지켜왔다. 1995년 조선현장에 첫 도입된 냉각기와 냉방복(일명 에어쿨링재킷)이 대표적이다. 혹서기 때 현대중공업 등 조선소 현장의 근로자들이 60도 이상의 철판 위에서 탈수와 일사병에 노출돼 있는 것을 보고 국내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하 사장은 상온의 압축공기를 이용해 최저온도 8도까지 떨어뜨리는 냉각기를 특수 제작해 이를 코트론 재질로 만든 냉방복에 부착시켜 근로자들이 작업환경이나 신체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온도조절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제품은 조선업계는 물론 야외 등산복 등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창업 이후 매출 5억원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던 하 사장은 이 제품 덕분에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먹을거리' 개발에 나섰다. 후속타로 내놓은 게 압축공기 작동식 복합진공청소기다. 선박 건조과정에서 비온 뒤 조선블록에 고인 물을 순식간에 흡입하는 장비로 국내 웬만한 조선소에는 다 쓰이고 있다. 기존에는 최소 15명의 인력이 집중 투입돼 고인 물을 일일이 전기모터를 이용해 밖으로 빼내야 해 작업시간이 평균 10시간 이상 걸리는 등 조선소 작업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반해 청구테크 제품은 초고압 압축공기를 이용해 시간당 6~7t의 고인 물을 빨아들이고 자동배출은 물론 물기제거 효과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압축공기를 이용한 집진기와 선박도장 표면의 불량을 제거하는 스케일 청소용 그라인더 등 지금까지 개발된 히트 상품만 20여가지에 이른다. 하 사장은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조선산업이 침체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주타깃을 중국시장으로 돌렸다. 지난해 복합진공청소기에 대한 중국 특허등록을 완료한 데 이어 옌타이 조선업체를 집중 공략해 22만달러어치를 내보냈다. 그는 최근 밀대처럼 밀면서 작업장 내 먼지와 물 등을 제거하는 손잡이식 진공청소기도 개발해 내년엔 매출액 5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