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는 디스플레이' 원천기술…반값 전자종이 시대 온다

KIST 기술전 2010…난제 해결할 신기술 대거 선보여
전기차 10분내 충전도…삼성ㆍ현대차ㆍLG 상용화 검토
친환경 미래차인 전기자동차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충전시간이 긴 게 결정적인 단점이다. 스마트폰 · LCD TV 등에 쓰이는 투명 필름은 첨단 소재이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플라즈마 아크(arc:전광)로 코팅된 금속 산화물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 부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이지만 역시 가격이 비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을 최근 'KIST 기술전 2010'에서 대거 선보였다. 이들 기술에 삼성 현대 · 기아차 LG SK 등 4대 그룹뿐 아니라 중견 · 중소기업도 기술이전이나 상용화 가능성 등에 대한 정밀 검토에 나섰다.

◆투명전극 소재 ITO 대체기술
이중기 KIST 에너지본부 연료전지센터 책임연구원은 고가의 ITO(인듐주석산화물)를 대체할 수 있는 ECR(Electron Cyclotron Resonance:전자 이온가속기 공명) 상온화학증착공정기술을 개발했다. ITO는 스마트폰 · LCD TV 등 광학적 코팅이 필요한 첨단 기기에는 대부분 사용된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투명하면서도 눈에 보이고,손가락의 터치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은 ITO 덕분이다. 구부리거나 펼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의 소재이기도 하다.

이 연구원은 물리적 증착이 아닌 플라즈마를 통한 상온화학증착으로 분자의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ITO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박막성 금속산화물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현재 안산 시화공단 내에서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또 접착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투명도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기업들이 주목했다. SK㈜ LG화학 애경유화 등은 향후 상용화 일정 투자금액 등에 대해 상세히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원은 "기술적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ITO에 비해 최대 30~50% 선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시간 단축

KIST는 전기자동차 급속충전을 가능케 하거나 배터리 가격을 낮출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도 선보였다.

조병원 에너지본부 2차전지센터 책임 연구원의 '리튬 2차전지용 전이금속산화물 음극소재'가 그것이다. 현재 리튬2차전지 음극소재는 탄소가 주성분인 흑연이 주로 쓰인다. 그런데 과충전이나 충전과정에서 표면 리튬 도금현상 등 안전성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조 연구원은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리튬 티타네이트(LTO)계열 음극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나노입자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조가 안정적이고,리튬이온 이동속도가 빨라져 짧은 시간에 큰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현재 전기차 충전 시간이 최소 수시간으로 너무 긴데 이 기술을 사용하면 이론적으로 수분 이내 충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정밀화학 등 4개 기업은 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다. 리튬 2차전지의 음극소재뿐 아니라 양극소재 대체기술도 소개됐다. 조원일 에너지본부 2차전지센터장은 규산염 화합물을 활용한 저가 양극소재를 개발 중이다. 자연 속에 매우 풍부한 규산염 화합물을 쓰면 기존 소재보다 가격을 훨씬 낮출 수 있다는 발상에서다.

◆내식 · 내마모 · 내열성 뛰어난 경량 합금


KIST는 항공우주산업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PEO(Plasma Electrolytic Oxidation:플라즈마 전해질 산화법)기술이 확대 보급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도정만 재료소자본부 책임연구원은 플라즈마 아크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 설계 · 제작 기술과 특수 전해액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PEO 산화법은 알루미늄 · 마그네슘 등을 전해액에 넣고 전기와 플라즈마를 가해 박막을 입혀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금속 표면에 잘 정제된 고급 산화층을 생성하는 것이지만 그동안 공정과정에서 기공이 많이 생겨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PEO 처리된 마그네슘 합금은 강도는 높아지고 내마모성이 뛰어나지만 반대로 무게는 가벼워져 자동차나 항공우주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동양정공 등은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연구진에 합금 샘플과 함께 2차 검증을 의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