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패트롤]증권사 "얼굴 바꿔 투심 잡자"

증권사들이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IB(투자은행) 등 신사업영역 개척을 바탕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모습이다.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잇따라 CI(Corporate Identity)를 변경하며, 투자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신뢰성과 신사업분야에서의 추진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8일 CI를 변경하고, 새로운 CI도입 선포식을 열었다. 창사 48년만의 CI 변경이다. 대신증권의 기업 철학인 신뢰와 상생을 바탕으로 변화와 젊음을 덧입혔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의 심볼(symbol)은 금융그룹으로서의 전통과 권위, 신뢰를 상징하고 로고타입(logotype)은 미래지향적인 추진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장남인 양홍석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을 감안,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새로운 CI로 보여주고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대신증권에 앞서 지난 2월 메리츠종금증권도 합병을 계기로 CI를 변경했다. 로고 상단의 붉은 띠 안에 동그라미로 알파벳 'i'를 강조했다. 인베스트먼트(investment),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인터넷(internet) 등 앞으로 금융시장의 주요한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또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의 CI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달 19일 지주회사 설립을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26일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메리츠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3.9%와 메리츠종금증권 30.5% 등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과 현금성 자산 약 330억원 등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를 내년 1월 상장한다는 것이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CI를 변경한 KTB투자증권의 경우, 창의적 생각과 솔루션을 강조했다. 새로운 CI는 '크리에이티브 다이아몬드(Creative Diamond)'를 모티브로 했다. 값지고 단단한 다이아몬드처럼, 견실한 마음으로 고객의 풍요와 성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철학과 약속을 반영한 것이다.

심볼에 노랑 파랑 주홍 녹색 등 여러가지 색깔을 입힌 것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려는 의지를 표현했다. CI 변경을 계기로 KTB투자증권은 지난 2월 본격 개시한 리테일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CI를 변경한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업계 최초로 '금융투자'라는 자본시장통합법에서 규정하는 회사명을 사용했다. 자산관리·IB(투자은행)·선물업 등 자본시장통합법이 허용해준 신사업영역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잇단 증권사들의 CI변경은 주 사업영역이었던 위탁판매(브로커리지)를 넘어 신사업으로의 도약을 알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민경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통법 시행 이전에 축적된 자기자본을 투자할 신규 수익 부문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며 "실제로 증권사들의 순영업수익에서 위탁수수료(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50%이상"이라고 진단했다.

채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주가 하락으로 증권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다"며 "CI의 변경은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함께 수익성 다각화를 강하게 추진하려는 전략의 한 부분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